[현장 톡톡] 어떤 평가를 받든 여러분의 가치는 너무나 크고 눈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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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괴정초 교사

서랍 속에서 빛바랜 편지들을 꺼내 한 자 한 자 소중히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함께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 한구석이 몽글몽글해집니다. 초보 선생님의 의욕과 욕심으로 억지로 남겨 공부를 시키기도 했고, 때로는 정말 무섭게 혼을 내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산더미 같은 행정 업무에 허덕이다 여린 눈빛을 돌아보지 못한 날도 있었고, 서툰 탓에 마음에 상처가 될 말실수를 참 많이 했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그런데도 단지 ‘선생님’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를 믿고 좋아해 준 여러분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졸업식 날, 헤어짐이 너무 서러워 다시는 이런 제자를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만큼 선생님에게 여러분은 더없이 소중하고 귀중한 존재였습니다. 어느덧 훌쩍 자라 결혼식에도 흔쾌히 달려와 주었고, 정성껏 축가를 부르다 갑자기 눈물을 터뜨리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최근에 보내준 편지를 읽으며 선생님은 또 한 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많이 힘들었을지도 모르는 사춘기 시절에 선생님을 만나, 힘든 줄도 모르고 밝게 자랐다”는 여러분의 고백 때문이었습니다. 어쩌면 부족했던 저를 진짜 선생님으로 키워 주고, 조건 없는 사랑을 가르쳐 준 사람은 바로 여러분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다고들 말하는 긴 터널을 지나게 되겠지요. 챙겨야 할 내신 성적과 쉼 없이 쏟아지는 수행평가, 숫자로 서로를 앞질러야 하는 끝없는 경쟁 속에서 지쳐 모든 걸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올지도 모릅니다. 노력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친구와 가족조차 내 편이 아닌 것처럼 느껴져 세상에 나 혼자 뒤처진 듯한 외로움에 사무치는 날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꼭 기억해 주세요. 어떤 성적표를 받아 들든, 어떤 선택을 하든 여러분의 가치는 그 숫자나 주변의 평가에 담기기에는 너무도 크고 눈부십니다. 선생님 기억 속 여러분은 해맑게 웃으며 종이비행기를 날리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세상이 정해 놓은 성공의 기준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어떤 길을 걷든, 어떤 결과 앞에 서 있든 선생님은 여러분이 걸어온 노력의 시간을 믿으며 늘 그 뒤에서 가장 든든한 버팀목으로 서 있겠습니다.

지나가다 들른 분식집의 어묵 하나, 새벽녘 부엌에서 들려오는 찌개 끓는 소리, 친구들과 아무 생각 없이 걷는 산책 같은 소소한 순간들 속에 여러분이 꿈꾸는 진짜 행복이 있음을 꼭 알게 되길 바랍니다. 존재만으로도 모든 선생님에게 큰 힘이 되는 여러분의 모든 순간을, 온 마음을 다해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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