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각 장인’ 남정구의 예술 세계를 만나다
전국 주요 사적지 현판 새김
추사 김정희서 이어진 정통성
타계 37년 만에 회고집 발간
운경 남정구 작가의 작품인 경주 불국사 무설전. 남선광 제공
타계한 지 37년만에 남정구 작가의 전각 작품과 평론을 담은 회고집이 출간됐다. 남선광 제공
부산 임시수도기념관 현판. 운경 남정구 작가의 작품이다. 남선광 제공
운경 남정구 작가의 작업하는 모습. 남선광 제공
요즘 젊은 세대에게 전각은 참 생소한 분야이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연령대가 높아져도 전각은 대중적인 예술은 아닌 듯싶다. 이런 시대에 서각, 현판, 인장을 모두 아우른 운경 남정구 예술 세계를 회고하는 작품집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타계 37년 만에 선생의 자손들이 뜻을 모아 낸 책으로 선생의 모든 작품 사진과 평론, 당시 전시회 리플릿 등이 담겼다.
남정구 선생의 아들인 남선광 씨는 “생전에 지인분들도 한두 분씩 떠나시고 기억이 희미해짐에 따라 더 이상 회고집을 늦춰서는 안 될 것 같아 2년 전 자식끼리 뜻을 모아 책을 내기로 했다. 막상 시작하려니 지식도 얕고 관련 자료와 정보가 부족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도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라고 소개했다.
<구름에 밭 갈듯 새기다>라는 작품집은 예술사적이나 문화사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경남 산청 출신인 남정구 작가는 1960~80년대 부산, 대구를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전개했고, 개인전을 11회 열었다. 경주 불국사, 부산 충렬사 등 주요 사적지와 사찰에 수많은 현판 작품을 남겨 아직도 남 작가의 흔적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전각은 나무나 석재, 금속, 보석에 서화를 새겨 반영구적으로 보존하는 예술로 다른 말로 칼로 쓴 글씨라는 뜻에서 ‘도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 전각 역사는 추사 김정희를 시작으로 우선 이상적, 위창 오세창, 운여 김광업으로 이어졌으며 남정구 작가의 스승이 바로 운여 김광업이다. 그래서 남 작가의 전각은 추사 김정희로부터 내려오는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다.
정통성을 이어받았지만, 남 작가의 전각은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진 것이 특징이다. 양맹준 전 부산시문화재위원장·부산박물관장은 “그동안 궁중, 민간 현판은 바탕 마감을 편평하게 처리해 왔지만, 운경은 편액과 판각에 파도 무늬를 전면적으로 도입하여 유려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더해준다”고 평가했다.
김동환 문화평론가도 “평생 자연과 한 몸으로 살아온 예술가이며 변화무쌍한 자유로움과 조형예술의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해 기존 화단의 흐름과는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운경의 작품 세계는 새롭게 평가되어야 하며 미술사적 논의가 다각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책 제작은 운경 자제들과 양맹준 전 부산시 문화재위원장, 김부한 전 부산시 문화재 국장, 정경주 전 경성대 교수, 동진숙 부산 임시수도기념관장, 이현주 부산시 문화유산 위원 등이 힘을 보탰다. 비매품으로 전국 국공립 도서관과 대학 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