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잠수함 기술 1억 달러에 해외 빼돌린 전직 해군 실형
대만과 잠수함 어뢰 발사관 납품 계약
대우조선 전 직원 고용해 자료 빼돌려
보완·변환 기술 주장했지만 받지 않아
법원 “안보 큰 위협·외교 부담” 우려도
남자 실루엣. 부산일보DB
전직 해군 중령 출신의 방위산업체 대표가 우리나라 잠수함 핵심 기술을 국외로 빼돌리다가 결국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3단독 김남일 부장판사는 최근 대외무역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방산업체 대표인 A 씨가 운영하던 B 법인에는 벌금 150억 원과 추징금 950억 원을 명령했다.
A 씨는 2005년께 해군 중령으로 전역한 뒤 그해 4월 특수장비 설계·판매 등으로 영위하는 B 법인을 차렸다.
B 법인은 2019년 8월께 대만 정부와 1억 1000만 달러(한화 약 1600억 원) 규모의 ‘잠수함 어뢰 발사관 및 저장고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또 같은 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특수선 사업(본)부·사업관리부 등 부서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직원 3명을 고용했다.
A 씨는 이들 3명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잠수함 어뢰 발사관·저장고의 상세 설계 기술과 제작도면 등이 담긴 파일 수백 개를 빼돌려 이를 대만에 유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무역법상 전략물자로 지정·고시된 품목을 수출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나 관계 행정기관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군용물자로 분류되면 방위사업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
하지만 A 씨는 이를 어기고 보안 자료를 넘겼으며, 이후 2021년 2월까지 한화 16억 4000만 원을 실제 대만 측으로부터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대만은 A 씨가 넘긴 정보 등을 토대로 2023년 자체적으로 건조한 첫 잠수함인 ‘하이쿤’을 개발해 냈다.
재판에서 A 씨는 대만에서 제공받은 역설계 도면이 원천 기술에 해당하고, 유출 혐의를 받는 주요 도면은 그 원천 기술을 보완·변환 설계한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 주장대로라면 역설계 도면의 지적재산권을 대만이 가져야 하는데 A 씨 측에다 인정하고 있는 데다 보완·변환 기술은 지적재산권이 인정되기 어려운 창작물인 점을 지적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략 기술이 방위사업청의 판단 없이 수출됐다는 점과 그 수출 상대방이 동아시아 내에서 주변국과 긴장 관계에 있는 대만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 안보에 큰 위협을 가져올 수 있고 자칫 외교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전략 기술에 대한 전문판정 신청 과정에서 수출품이 전반적으로 전략 기술에 해당할 수 있어 대외무역법 위반이 문제 될 수 있다는 사정을 명확히 인식하고도 A 씨는 계약 이행에만 몰두해 추가적 범행에 나아갔고 수사가 개시되자 보완 기술 수출이라는 대응 논리를 만들어 처벌을 피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