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내린 ‘지방자치 30년’…주민자치회 확대로 부산도 꽃 피워야
자치위보다 권한 강한 기구지만
전국 운영률 40%, 부산 9% 그쳐
정부 법제화 통해 전면 시행 추진
운영 안정성, 실효성 강화 목표
올해 부산시 주민자치회 운영 평가에서 최우수로 선정된 부산 동래구 안락2동 주민자치회가 지난 9월 2일 동래구 안락동 안락4휴먼시아아파트 일원에서 주민총회를 열었다. 부산 동래구청 제공
지방자치제도 시행 30주년을 맞아 정부가 주민자치회 전면 시행을 추진한다. 법제화를 통해 시범 운영되던 주민자치회의 안정성과 실효성을 높인다는 계획인데, 아직 도입이 저조한 부산에서도 효과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26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지역에 운영 중인 주민자치회는 16개 구군 206개 읍면동 가운데 6개 구(동·동래·사하·연제·부산진·해운대) 19곳(9.2%)으로 나타났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연제구를 제외한 15개 구군 187개 읍면동에서 활동하고 있다. 두 기구에 소속된 위원은 총 4497명이다. 정부는 2013년부터 주민자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주민자치 기구인 주민자치위원회보다 기능과 권한이 강한 주민자치회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읍면동 행정의 자문 기구로서 주민자치센터 운영을 심의한다면, 주민자치회는 직접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고 주민 화합과 발전을 위해 지자체가 위임·위탁하는 사무를 처리하는 등 실질적인 권한도 강하다.
하지만 부산에서는 아직 주민자치회의 도입이 저조하다. 기존 주민자치위원회 인사들은 새로운 조직에서 영향력을 잃을까 우려하고, 일선 지자체들도 지원해야 하는 예산이 늘어 전환 장려에 적극적이지 않은 탓이다. 부산시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기존 위원들이 지닌 주민자치 분야의 노하우와 지역 내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전환을 주도하기 곤란하다”며 “주민자치회가 추진하는 사업에 예산 지원을 늘리는 전환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민자치회 전면 시행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현장의 열띤 반응이 자리한다. 올해 부산시 주민자치회 운영 평가에서 최우수로 선정된 동래구 안락2동 주민자치회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난 9월 2일 동래구 안락동 안락4휴먼시아아파트 일원에서 주민총회를 열었다. 주민자치회 소속 위원들은 생활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주민들을 만나 대화하며 불편과 건의 사항 등을 수집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주민들이 직접 발굴하고 설계한 어르신 안심 생활 지원사업 등 6대 마을 의제가 주민총회의 토대가 됐다.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사전·현장 투표를 통해 총회에 주민 893명이 참여했다. 지난해 대비 100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6대 의제 가운데 4개가 선정, 실제 사업으로 추진됐다. 총회 종료 이후 홍보단이 주민자치 홍보 서포터즈로 확대 개편돼 지역 내 위기가구들을 방문 조사하는 등 자발적인 지역 돌봄 체계 구축도 이뤄졌다. 안락2동 주민자치회 관계자는 “주민총회는 공동체 의식을 다지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주민 중심의 다양한 사업을 통해 모두가 행복한 마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주민자치회 운영은 전국적인 추세다. 2013년 전국 31곳에 불과했던 주민자치회는 지난해 12월 기준 1411곳(39.6%)이 운영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13년부터 지방분권균형발전법에 따라 풀뿌리 자치를 활성화하고 시민들의 민주적 참여 의식을 높이기 위해 주민자치회 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회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더 활발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지방자치제도 시행 30년을 맞아 주민자치회 전면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시범 사업 방식인 주민자치회를 법제화해 운영 안정성과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10일 광주에서 열린 지방자치 30주년 전라권 간담회에서 “주민자치회 법제화는 가장 먼저 추진할 국정과제”라며 “최근 주민자치회 법제화 개정안을 정기국회 중에 처리하자고 당정 간 협의를 마친 만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