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 입틀막' 정보통신망법 개정 대통령 거부권 행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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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징벌적 손배 '표현의 자유' 침해
'취재 활동 봉쇄' 민주주의도 훼손 우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을 위한 투표를 마친 뒤 우원식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종결을 위한 투표를 마친 뒤 우원식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언론계와 시민단체는 물론 국민의힘과 진보당 등은 이재명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허위조작정보근절법’으로 명명한 이 법은 언론, 유튜버 등이 불법·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한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 법은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국민의 눈과 귀, 입 역할을 하는 언론 ‘입틀막법’이라는 말까지 나온 상황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면 민주주의는 큰 위기를 맞는다. 이 대통령의 합리적인 판단이 절실하다.

가짜 뉴스 등 허위조작정보의 폐해는 현재 심각한 수준이다. AI 활용이 일반화되면서 허위조작정보는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이런 부작용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피해 확산을 방지하는 강력한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한 언론과 유튜버 등에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크다.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판단 기준 등도 모호한 상황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우려해 언론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입법 취지와 달리 언론에 재갈을 물릴 우려가 높은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헌법에 보장된 언론 자유의 본질을 훼손해선 안 된다.

그동안 시민단체 등은 여당에 이 법안에 대한 충분한 토의를 지속적으로 주문했지만 민주당은 일방적으로 입법을 밀어붙였다.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을 본회의 상정 직전에 다시 손질하면서 졸속 입법 논란도 확산됐다.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5개 언론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권력자들의 소송 남발로 인한 언론 자유 위축은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힘도 “민주당이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정치적 이해에 배치되는 취재 내용 공개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진보당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런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도 언론은 기사 봉쇄나 시간 끌기를 목적으로 하는 거액의 소송, 악의적인 ‘댓글 폭탄’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법까지 통과되면서 ‘언론 입틀막 소송’이 상시적으로 남발될 우려가 높아졌다. 이것은 언론 개혁이 아니라 개악에 불과하다. 언론 활동이 위축되면 우리 사회는 퇴행의 늪에 빠진다. 군사정권이 언론을 통제해 국민을 기만하던 그 시절의 암울함이 재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 대통령은 법 공표를 막아야 한다. 그 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국회와 시민단체, 언론계 등이 머리를 맞대면 허위조작정보를 효율적으로 차단할 방안을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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