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밀양 작원관 전투를 아십니까?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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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란, 삼백 감꽃/이준영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상상을 결합한 역사 판타지 소설은 출판가에선 꽤 인기 있는 장르이다. 특히 대다수 국민이 아는 유명한 역사 인물, 혹은 역사적인 사건이 주요 소재가 되면 플러스 점수를 얻는다. 그런데 유명한 인물도 없고 심지어 우리 역사에 이런 전투가 있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인 사건을 주요 소재로 했다. 나라의 수도도 아닌 지방에서 일어난 일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작가의 자부심이 제대로 느껴진다.

<임란, 삼백 감꽃>은 임진왜란 당시 밀양시 삼랑진읍 작원관에서 왜군과 싸웠던 전투를 주요 줄거리로 택했다. 작원관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밀양 작원관은 조선 시대 서울에서 부산을 잇는 영남대로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고려 시대부터 왜적의 침공을 방어하던 곳으로 고려 고종 때 지어졌다. 평상시엔 영남대로와 나루를 통해 드나드는 사람들과 화물을 검문했고, 유사시엔 군사요충지 기능을 했다.

이 작원관에서 임진왜란 발발 초기 엄청난 전투가 벌어졌다. 임진왜란 첫날 부산진성이 함락되고 이튿날 다대진성과 동래성마저 적의 수중에 떨어지며 왜군은 한양을 향해 빠르게 진격한다. 동래성 함락 소식을 들은 박진 밀양 부사는 작원관에 300여 명의 군인과 백성을 모아 왜군과 결사 항전을 벌인다. 3~4일이나 왜군의 발을 묶었고 결국 한양 백성들의 피난 시간을 벌었다.

저자는 작원관 300 용사를 페르시아 대군과 싸운 스파르타 용사와 연결하며 치열한 전투 속 인간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풍부한 상상력과 액자식 구성 덕분에 독자는 당시 전투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이준영 지음/좋은땅/196쪽/1만 68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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