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부터 경제 변화상까지… 중동을 이해하는 첫걸음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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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가까운 중동/원요환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얀니크 신네르 등 세계 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 최상위급 선수들이 참가하는 투어의 랭킹 네이밍 스폰서 자리엔 PIF라는 기업명이 붙어 있다. ATP뿐만이 아니다. WTA(여자프로테니스협회) 랭킹 스폰서 역시 PIF다. 단순히 번역하자면 ‘공공투자펀드’인 PIF는 흔히 사우디 국부펀드로 불린다.

1971년 설립된 PIF는 원유 수입을 기반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 다각화와 글로벌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회장을 맡은 뒤부터는 국가 미래 전략인 비전 2030을 주도하며, 글로벌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골프와 테니스 후원을 비롯해 프리미어리그 구단 인수 등이 잇따르자 일각에서는 국내 인권 문제를 희석하기 위한 ‘스포츠 워싱’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요즘 중동이 화두라고 한다. 스포츠팬들만의 시각은 아니다. 경제 분야에서도 이곳과 관련된 이슈가 매일 쏟아진다. 지난달엔 이재명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해 이색적인 환대를 받는 모습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절반 이상이 집중된 곳. 우리나라 수입 원유의 70% 이상이 나오는 지역이자 네옴시티 건설을 통해 탈석유시대를 대비하는 곳, 인공지능과 스포츠 외교의 중심으로 성장하는 이곳, 중동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전처럼 전쟁이나 분쟁, 유가 논란이 전부인 막연한 느낌의 이국은 이제 놓아주자. 그곳 사람들의 삶과 문화, 경제, 그리고 미래 비전까지 현재의 진짜 중동으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가까운 중동>의 저자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경제신문 기자로 경력을 쌓던 그는 30대 중반에 두바이로 훌쩍 떠나 현재 에어버스 A320 조종사로 하늘을 날고 있다. 책은 기자 출신 조종사인 저자가 현지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중동의 속살’을 소개하는 리포트인 셈이다.

중동에선 아랍어 한마디 못 해도 살 수 있을까?(UAE는 사실상 영어 공용 국가) 라마단 기간에는 정말 물 한 모금도 마시면 안 될까?(기본 예의와 눈치만 장착하면 문제없음) 일부다처제는 여전히 그들의 전통으로 남아 있을까?(젊은 세대는 기피 추세) 등 단순하지만 당장 떠오르는 궁금증부터 하나하나 속 시원히 알려준다.

인류 공동 관심사인 음식에 관한 부분도 재미있다. 무더운 사막 기후에서 오랜 유목 생활을 해 온 그들이 높은 열량을 손쉽게 보충하고 음식 부패도 막는 방법으로 만든 게 설탕을 쏟아부어 다디달게 만든 디저트라는 분석을 읽다 보면 ‘두바이 초콜릿’이 왜 인기인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1부가 생활인으로서 들려주고 싶은 내용 위주라면, 2부 ‘중동, 우리가 몰랐던 세계’에서는 정치와 경제, 국가 간 역학관계 등 경제 전문가로서의 날카로운 분석과 식견이 돋보인다. 특히 최첨단 스마트시티 건설과 친환경 에너지 개발, IT산업 육성에 역량을 모으며 경제 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파트너십을 준비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미래를 열어갈 청년세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중동을 제대로 알자’쯤 될 것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중동이 단순히 우리의 석유 수입처가 아니라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동반자라는 생각부터 갖자고 친절히 호소한다. 원요환 지음/산지니/256쪽/2만 원.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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