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질 어렵고 팔다리 저린데 중풍도, 목 디스크도 아니라면?
초기 대응 중요한 ‘경추척수증’
경추 부위 압박에 척추 손상
심해지면 보행 불안정까지
예방 위해 목·어깨 근육 강화
클립아트코리아
갑자기 젓가락질이 어려워지고 양쪽 팔다리가 저리다면? 경추척수증을 의심해볼 만하다. 뇌졸중(중풍)이나 추간판 탈출증(목 디스크)으로 혼동하기 쉬워 초기 대응이 중요한 질환이기도 하다.
경추척수증은 경추 부위에서 척수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압박되면서 발생하는 척수 손상을 일컫는다.
경추는 총 7개 척추뼈로 구성돼 있는데 머리를 지지하는 것은 물론 회전, 굴곡·신전 등 다양한 방향으로 머리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팔·어깨·손으로 내려가는 말초신경의 분지 경로 역할도 하며, 경추 내부의 척추관을 통해 지나가는 척수와 신경 구조물을 보호하기도 한다. 척수는 중추신경계의 핵심 구조로, 뇌에서 시작해 경추·흉추·요추를 따라 내려가는 길고 연속된 신경 조직이다. 척수는 뇌의 명령을 근육으로 전달하는 운동 신경 경로, 감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감각 신경 경로, 그리고 자극에 빠르게 반응하도록 하는 반사 작용의 중추 역할을 수행한다.
척추의 뼈와 뼈 사이에서 충격 흡수 역할을 하는 추간판이 여러 요인으로 탈출해 척수를 직접 압박하는 목 디스크와 척추체 뒤쪽에서 척추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후종인대가 두툼해지거나 골화돼 척수 공간을 좁히는 후종인대 골화증, 척추 후궁을 연결하는 황색인대가 두꺼워지거나 골화돼 후방에서 척수를 압박하는 황색인대 골화증 등이 경추척수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초기에는 목, 어깨, 손, 팔에 통증이나 저림 증상이 나타나면서 목 디스크와 혼동될 수 있다. 척수 압박이 심해지면 손의 미세운동 장애가 나타나면서 젓가락질을 비롯해 필기 능력이 저하되고, 단추를 채우기나 물건을 잡는 정교한 손동작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보행이 불안정해지고 균형 잡기가 어려워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경우도 발생한다.
이뿐만 아니다. 주먹을 빠르게 쥐었다 펴는 동작을 10초 동안 20회를 하지 못하거나 양쪽 팔·다리가 저리고 손가락 끝이 저리거나 시큰한 경우엔 가까운 병원을 찾아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노화와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는 50대 이상부터는 정기적인 척추 평가가 권장된다.
진단은 신체검사 및 MRI, CT, X-Ray 등을 통해 척수 압박 정도, 디스크 변화, 척추 정렬 상태를 확인하며, 필요에 따라 신경학적 검사를 추가하기도 한다. 약물,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가 우선되지만 척수 압박이 심하거나 진행성 신경학적 결손이 있을 경우엔 수술적 치료가 요구된다.
경추척수증 예방을 위해서는 컴퓨터·스마트폰을 쓰거나 운전할 때 척추 정렬에 맞는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칭과 목·어깨·등 근육 강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며, 적정 체중 관리를 통해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대동병원 척추센터 정동문(신경외과 전문의) 진료부장은 “손놀림이 부자연스럽고 보행이 불안정한 증상은 뇌졸중과 유사해 조기 진단이 늦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이미 손상된 신경 기능은 회복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