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취임 6개월 때 이미 “싹 쓸어버리겠다” [계엄 1년]
특검 수사로 드러난 계엄 전모
총선 전후해 계엄 모의 잦아져
명분 위해 北에 드론 보내기도
“종북좌파” 운운하며 선포 결행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내겐 비상대권이 있다. 총살 당하는 한이 있어도 싹 쓸어버리겠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지 갓 6개월이 지난 2022년 11월 25일. 대통령 관저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저녁을 먹던 그가 내뱉은 말이다.
흘려들을 법한 그 말은 2년이 흘러 점차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윤 전 대통령은 총선을 앞둔 지난해 3~4월 삼청동 안가에서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나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해 6월엔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 여인형·곽종근·이진우·강호필 등 장군 4명과 ‘소맥 회동’을 가졌다. 채 상병 수사 외압과 김건희 여사 명품 수수 의혹에 대한 반발이 이미 거센 시점이었다.
대통령 관저에서 비상계엄 모의는 빈번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같은 해 8월 초순께 “사법 체계로 (야당) 정치인과 민주노총에게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비상조치권’을 다시금 언급했다. 10월 1일 국군의날 시가 행진 후엔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 여인형·곽종근·이진우 장군 등과 비상대권 이야기를 나눴다. 11월 9일께 국방부 장군 공관에선 곽 장군과 이 장군에게 “특전사 준비 태세를 잘 유지하겠다”와 “출동 태세 잘 갖추겠다”는 대답을 각각 듣기도 했다.
그사이 계엄을 위한 명분 쌓기가 시작됐고, 정치인 검거 계획을 세운 정황도 드러났다. 그해 10~11월 드론작전사령부가 최소 6차례에 걸쳐 드론 10여 대를 북한에 날려 보냈다. 10월 중순께 여인형 장군은 휴대전화에 ‘포고령 위반 최우선 검거 및 압수수색’과 ‘이재명 조국 한동훈 정청래 김민석 등’이란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24일, 계엄 실행은 눈앞으로 다가왔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김 전 장관에게 “이게 나라냐, 국회가 패악질하는 데 비상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고, 김 전 장관은 12월 1일까지 대국민 담화문과 포고령 초안 작성에 나섰다.
계엄 이틀 전인 12월 1일 윤 전 대통령은 관저에서 김 전 장관에게 병력 동원 방법 등을 물었고, 김 전 장관은 “특전사와 수방사 3000~5000명 정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은 다음 날 계엄 선포문·대국민 담화문·포고령 수정본을 보고받은 뒤 검토 후 승인을 내렸다.
12월 3일 ‘그날’, 윤 전 대통령은 계획을 실행했다. 그는 이날 오후 7시 20분께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게 “종북 좌파 세력 때문에 나라가 혼란스럽다”며 “오늘 밤 10시에 비상계엄을 선포해야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8시 40분부터 소집 지시를 받은 국무위원들이 모였고, 10시 17분 국무회의 의사정족수인 11명이 도착했다. 윤 전 대통령은 10분 뒤인 오후 10시 27분,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카메라를 응시한 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과 검찰 특별수사본부 등은 수사 끝에 이러한 비상계엄의 전말을 밝혀냈다. 다만 비상계엄을 결행한 명확한 동기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김건희 여사 수사 무마가 동기 중 하나라고 보는 특검은 오는 14일까지 수사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