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7개월 쓴 병원 정수기에서 이물질 둥둥… 업체 “미네랄 추정, 인체 무해”
지난해 3월 국내 유명 업체 제품 렌탈
정기 점검 하루 뒤 흰색 이물질 발견
업체 “회수해 정확한 원인 분석할 것”
부산의 한 한방병원이 빌려 사용하던 정수기에서 이물질(종이컵 바닥에 점 모양)이 나왔다. 제보자 제공
부산의 한 병원이 1년 7개월가량 사용하던 국내 유명 업체의 정수기에서 정체불명의 이물질이 나왔다. 병원 측은 업체가 책임을 미루거나 무성의하게 대응한다고 지적하는데, 업체 측은 먼저 제품을 회수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30일 부산의 A 한방병원에 따르면 병원은 이달 6일부터 병원 3층에 설치된 정수기에서 받은 물에서 흰색 이물질이 섞여 나와 사용을 중단했다. 이 정수기는 국내 유명 가전 제조사인 B 업체가 2023년 출시한 제품이다. A 한방병원은 지난해 3월 B 업체와 매월 사용료를 내고 5년간 이 제품을 빌려 쓰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이 정수기는 직원 20여 명과 외래·입원 환자 등 하루에 40명 이상이 이용한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병원의 한 직원이 정수기 물에서 흰색 이물질이 섞여 나오는 것을 발견한 지난달 6일은 4개월 주기로 이뤄지는 정기 점검을 받은 바로 다음 날 일이었다. 병원 측은 즉시 AS를 접수했고, 당일 B 업체 제품에 대한 사후 관리를 담당하는 업체 소속 기사가 방문해 30L가량의 물을 배출하는 등 정수기를 점검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병원 측은 B 업체 측에 연락해 문제에 대한 해명과 책임을 요구했다. B 업체는 병원 측에 사용료 4개월분 면제, 위약금 없는 계약 해지 등을 보상안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병원은 이를 거부했고, 정확한 원인 규명과 권리 구제 등을 위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현재 이 민원은 ‘먹는물관리법’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검토하고 있다.
병원은 업체의 대응이 무책임하다고 지적한다. A 한방병원 관계자는 “업체는 처음에 책임을 협력업체에 미루다가, 문제를 제기하자 뒤늦게 몇 개월 분의 사용료 면제를 보상안이라며 제안했다”며 “먹는 물은 결국 건강과 직결되는데 이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B 업체 측은 해당 이물질을 인체에 무해한 미네랄로 보고 있다. 정수 과정에서 마그네슘, 칼슘 등이 제거되지 않고 결합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사 제품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정수기에서 나타날 수 있어 정기 점검과 관리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B 업체 관계자는 “제품을 회수해 정밀 분석해야 해당 이물질과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지만, 병원 측에서 방문을 거절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지금까지 업체로부터 제품 회수와 관련된 어떤 언급도 없었다”고 전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