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도시’ 거제시 “외노자 줄이고 내노자 늘려야 지역이 산다”
변광용 시장, 김영훈 고용부 장관 면담
노동자 처우 개선 조선산업기본법 제정
외국인 쿼터 축소, 내국인 확대 제안도
부산일보 DB
경남 거제시가 주력 산업인 조선업 활황에 발맞춰 노동자 처우 개선과 지역 인재 채용 확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섰다.
거제시에 따르면 변광용 시장은 최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조선산업기본법 제정과 외국인 노동자 쿼터 축소, 내국인 채용 확대 등을 건의했다.
거제시는 조선업 호황이 지역 경제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주요인 중 하나로 외국인 노동자 중심의 기형적 인력 구조를 꼽는다.
실제 거제시 인구는 2016년 25만 7000여 명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며 23만 명 선이 위협받고 있다.
반면 외국인 수는 2021년 5404명에서 10월 말 기준 1만 4969명으로 세 곱절 가까이 늘었다.
이는 조선업 불황 당시 정부가 주도한 고강도 구조조정의 후유증 영향이 크다.
2000년대를 전후해 초호황을 누리던 조선업계는 2015년을 기점으로 해양플랜트 악재에다 상선 발주 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빙하기를 맞았다.
거제에 사업장을 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도 경영난에 허덕이자, 정부는 국가 기간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일감이 바닥난 상황에 감원 칼바람까지 불면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하나, 둘 거제를 등졌다. 8만 명을 훌쩍 넘겼던 조선업 직접 종사자 수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다 2022년을 전후해 업황은 살아났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불황을 거치며 임금 수준이 크게 낮아진 데다, 경기 부침이 심한 조선업 특성상 호황이 지나면 언제든 다시 칼바람을 맞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여전한 탓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일감은 넘쳐나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이 잇따랐다.
이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외국인 노동자 확대였다. 덕분에 인력난에 허덕이던 조선업계는 급한 불을 껐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일자리 대부분을 외국인이 차지하면서 정작 지역 노동자는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외국인 노동자들은 급여 대부분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실정이라 지역 경제에는 긍정적인 소비 효과를 주지 못하고 있다.
변 시장은 “외국인 노동자 증가가 지역 정착이나 주거,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지역 경제에는 되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국인 쿼터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내국인 숙련공 중심의 안정적인 인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외국인 쿼터 배정 시 지자체와의 사전 협의를 제도화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지역산업맞춤형 일자리 지원사업인 ‘이음 프로젝트’의 필요성과 사업 추진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지역대학·특성화고와 연계한 교육 훈련 과정을 개설해 지역 인재가 양대 조선소에 취업할 수 있는 ‘채용연계형 인재양성 모델’ 도입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또 조선업 경쟁력 강화와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조선산업기본법’ 제정도 건의했다. 이 법률에는 △공정한 하도급 구조 제도화 △표준임금단가 도입 △조선산업발전기금 조성 등 조선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을 위한 핵심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함께 △조선업 재직자 희망공제 대상자 확대 △공동근로복지기금 지원 연장 △안전체험교육장 건립 △조선·해양 특화 교육기관 설립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양대 조선소가 내국인 숙련인력 중심으로 재도약하고 지역경제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해법”이라며 “앞으로도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와 지역 상생발전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