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수도권 집중 해소 못 하면 집값 못 잡는다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 공모 칼럼니스트
문 정부 때 서울 아파트값 111% 상승
지금은 강남 3구와 ‘마용성’에 집중
현 정부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카드
단기 효과 있어도 근본 해결책 못 돼
수도권 기업 집중돼 청년 몰릴 수밖에
지역 균형발전 이뤄야 집값 안정 효과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면 집값이 오른다고 하지만, 최근의 집값 상승은 문재인 정부 때와 다른 구석이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국의 집값이 올랐다. 부동산R114에 의하면 2017년 6.41%였던 연간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2018년 11.77%. 2019년 5.70%를 기록하더니 2020년 20.48%, 2021년 19.59%로 치솟았다. 문재인 정부 5년 누적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11%, 수도권은 98%, 전국은 81%였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전국적인 집값 폭등은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장기간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한 데다, 팬데믹으로 각국이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시중에 유동성 자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 돈이 자산시장으로 몰리며 전국의 집값을 끌어올렸다.
시장의 불신도 한몫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당장 정부 관계자들부터가 그 말을 믿지 않은 듯했다. “다주택 참모는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는 지침에 청와대 참모들은 줄줄이 직을 내려놓았다. “직(職) 대신 집을 택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도 자기 지역구에 있는 비수도권 아파트를 내놓고 서울 강남 아파트를 사수하려다가 빈축을 샀다. 재개발 지역 상가를 매입하고 갭투자에 뛰어드는 정부 고위직들의 행태는 국민에게 ‘부동산 불패’라는 확실한 믿음을 주었다. 5년간 총 28차례의 부동산 정책이 제시되었지만, 정책이 나올 때마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집값이 올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또다시 부동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 양상은 문재인 정부 때와 사뭇 다르다. 전국 집값이 들썩거렸던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최근 집값 상승은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으로 대표되는 한강벨트에 집중돼 있다. 서울에서도 비인기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심지어 몇몇 광역시는 끊임없는 부동산 가격 하락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요즘 나오는 집값 논란은 결국 서울 일부 지역에 국한된 이야기인 셈이다.
인구 구조상으로만 보면 집값은 예전처럼 오르기 어렵다.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가격이 오른 뒤 다음 세대가 그걸 대출 당겨서 받아줘야 상승 추세가 유지된다. 인구가 계속 증가하던 시절엔 이런 메커니즘이 성립했다. 그런데 이제 인구의 방향이 바뀌었다. 우리나라 총인구는 2020년 정점(5183만 명)을 찍고 2021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물량을 받아줄 인구 집단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미 비수도권 지역은 빈집 문제가 가시화했다.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2023년 전국 빈집은 약 153만 채에 달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빈집 수가 25년 뒤 지금의 두 배를 넘어설 걸로 전망하고 있다. 빈집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서 서울로 그 범위를 넓혀나가게 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금까지 세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그중 지난 9월 7일 발표된 9·7 대책은 2030년까지 수도권에 주택 135만 호를 신규 착공하는 걸 핵심으로 한다. 이재명 정부뿐 아니라 거의 모든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카드를 꺼냈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건 세금이나 대출 규제보다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수도권으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변치 않는다면 사람들은 원래 집을 팔고 서울 일부 지역으로 몰릴 것이다. 한쪽에선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다른 한쪽에선 빈집이 속출하는 양극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이유는 모두가 안다. 수도권에 가야만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의원(창원 성산구)에 따르면 2024년 수도권에 순유입된 20~39세 청년은 5만 5467명이었다. 수도권과 대전·세종을 제외한 나머지 광역권에선 6만 2445명의 청년 순유출이 있었다. 부산의 청년 순유출은 8550명, 경남은 1만 419명에 달했다. 주요 기업 상당수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보니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몰리니 집값이 뛰고 주거비 부담이 는다. 그걸 감당하지 못하면 직장과 먼 곳에서 출퇴근에만 하루 서너 시간을 써야 한다.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다산 정약용도 자녀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서울 밖으로 나가 살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끈질긴 수도권 집중의 역사를 끊어내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강력하게 부동산 대출을 규제하고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늘린다고 한들 부동산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수도권에 주택 몇만 호를 공급하느냐보다 중요한 건 서울 아파트 외에 대안이 얼마나 존재하느냐가 아닐까. 부동산 정책 결정권자들이 서울 아파트값 잡는 데에 지금 쓰고 있는 노력과 비용의 반이라도 지역 균형발전에 투입한다면, 집값 안정 효과는 더욱 분명하게 나타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