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노인이 만드는 도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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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 사단법인 노인생활과학연구소 대표

지난달 아세안 액티브에이징혁신센터(ACAI)의 초청으로 아세안 국가들의 액티브에이징 정책 마련을 위한 회의에 패널로 참석했다. 아시아태평양액티브에이징협회는 지난 20년간 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지만, 이번 회의는 아세안 국가들의 본격적인 참여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아세안 11개국 정부 관계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모여 각국의 상황에 맞는 엑티브에이징 공동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회의에 참여하면서 놀랍게 바라본 것은 일본의 아세안 국가에 대한 촘촘한 전략이었다. 일본은 이를 하루아침에 이를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 노인 정책에 대한 전문성과 아세안 국가에 대한 깊은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결과물이었다. 노인 서비스와 관련된 일본의 기술과 역량이 아세안 시장에 무리 없이 적용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아세안 국가들의 고령화 대응력에는 큰 격차가 있었다. 200곳이 넘는 액티브에이징 센터를 갖춘 싱가포르부터, 아직 노인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기 어려운 국가들까지 다양했지만, 모든 아세안 국가가 더 이상 노인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점에 공감했다.

다자 협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지만, 아세안 국가들에게 공동체의 힘은 여전히 매우 큰 의미가 있어 보였다. 국가 간 교류와 공동 정책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중심에는 ‘아세안액티브에이징혁신센터’라는 정책 플랫폼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이곳은 혁신적인 노인 정책을 찾기 위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국, 일본과 교류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듯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첨단 과학기술과 혁신적인 IT 프로그램, 그리고 관련 인프라 조성, 운영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부산이 추진하고 있는 노인 정책을 아세안 국가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부산이 가진 기술과 노하우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이를 배우기 위해 부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부산형 노인복지 체계도 수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노인 인구가 많은 것을 쉬쉬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전략을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노인들이 일자리, 돌봄, 여가를 고민하지 않고 편안하고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인프라와 서비스 등을 개발하는 것은, 비단 부산 시민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의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가진 부산에서 행복한 노후를 만들어가는 부산의 노인 정책을 벤치마케팅하기 위해, 더 많은 해외 노년학자들이 부산을 찾길 바란다. 부산시도 세계인들이 인지하는 노인 관련 국제회의를 매년 개최해 많은 이들이 부산을 찾아 배우고 준비하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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