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사 징계 운운하며 한편에선 특검 남발 앞뒤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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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뇌부 줄사의로 업무 공백 속
특검 인력 차출로 검찰 와해 분위기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상세 설명을 요구한 박재억(사법연수원 29기) 수원지검장이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검사장 집단 성명의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송강(29기) 광주고검장도 이날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고위 간부들의 추가 퇴진 가능성이 거론된다.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 검찰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상세 설명을 요구한 박재억(사법연수원 29기) 수원지검장이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검사장 집단 성명의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송강(29기) 광주고검장도 이날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고위 간부들의 추가 퇴진 가능성이 거론된다.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 검찰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한 ‘외압’과 ‘항명’ 논란이 끝없이 확산하면서 진실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논의까지 표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8일 오찬 회동을 통해 관련 국정조사 방식을 놓고 논의를 벌였으나 결국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여야가 좀처럼 견해를 줄이지 못하는 것은 각 당이 요구하는 국정조사 주체가 아예 다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법사위 차원의 국정조사를 주장하는 반면 국힘은 특위를 구성해 조사해야 한다고 맞서는 중이다. 조사 범위도 검찰 항명과 외압 의혹으로 첨예하게 달라 의견 조율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결국 민주당 주도의 법사위 국정조사가 현실화할 공산이 커졌다.

이 와중에 항소 포기와 관련한 해명을 요구했던 검사장들은 잇따라 사의를 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서울고검 등 전국 고등검찰청 6곳 중 5곳과 서울중앙지검, 수원지검 등이 수장 공석 상태가 됐다. 검찰 지휘부 공백은 검찰 업무의 차질로도 이어졌다. 전국 검찰청 사건 수 2위인 수원지검의 수장인 수원지검장이 마약범죄 전담 합동수사본부 단장을 맡기로 했으나 그의 사의 표명으로 본부 출범은 아예 미뤄졌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집단 반발하는 검사들을 징계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검사장의 평검사 강등 등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은 뒤에야 사표를 수리해 줘야 한다며 강공 일변도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기본 원칙이 되면서 내년 10월 검찰청 폐지까지 앞두고 있는 검찰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를 맞아 와해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휘부의 잇따른 사의 표명으로 공백이 발생하기 이전부터도 3대 특검에 핵심 수사 인력이 대거 파견됨으로써 수사력 약화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여기에다 또 다시 관봉권 띠지 폐기와 쿠팡 불기소 외압 의혹을 수사할 상설특검까지 발족하자 검찰 본연 업무 차질 우려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려는 여권이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를 가지는 특검을 이렇게 남발하는 현상을 놓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푸념까지 흘러나온다.

최근 검찰이 겪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검찰 스스로 지어온 원죄의 과보라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검찰이 국가를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중요한 기관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최근 검찰의 보완수사권 등을 놓고 큰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검찰이 해 온 임무가 그만큼 중요함을 반증하는 사례다. 그런 검찰이 내년 10월 검찰청 폐지가 되기도 전에 와해되는 결과를 맞는다면 결국 누가 이익을 얻을 것인지는 명확하다. 이 와중에 여권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갖는 특검을 남발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이는 여권이 그동안 국민 앞에 내세웠던 수사·기소 분리 필요성 주장의 저의까지 의심받게 하는 자해행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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