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이전·신설 해양 기관 집적화하는 게 당연한 수순
16개 구·군 경쟁 공모 사실상 특구 조성
공정·투명, 시민 참여, 도시 계획 고려를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8일 서울에서 레티시아 카르발류 국제해저기구(ISA)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부산에 이전·신설되는 해양 기관·기업을 한곳에 모으는 집적화를 추진하고 있다. 〈부산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해수부는 신청사를 비롯해 산하 기관, 동남권투자공사, 해사법원, 해운 대기업 본사 등을 하나의 기초지자체를 선정해 집중시키기로 했다. 이 구상이 실현될 경우 기존 이재명 정부의 해양·물류 클러스터 구상을 뛰어넘는 사실상 ‘해양 특구’의 면모를 갖출 것으로 주목된다. 다만 16개 구·군에 경쟁 공모가 실시된다는 점에서 과열로 인한 갈등과 분열이 우려된다. 공모 결과가 특정 구·군의 승리가 아닌 ‘해양수도 부산’ 비전의 구체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엄정하게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은 해수부 유치를 전환점으로 해양수도권 형성이라는 미래 비전을 세웠다. 북극항로 개척 등을 위한 기술과 자본, 인력이 모이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해양 관련 공공기관과 기업의 이전·신설은 필수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건 그저 물리적으로 옮겨 놓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전 과정에서 해양수도의 청사진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따라서 집적지를 선정하는 공모에서는 해양 행정·법률·투자·물류·산업 생태계 통합과 시너지 효과를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해양수도권 경쟁력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는 점에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는 필수다.
부산은 해양 기관·기업의 집적화를 통한 해양 특구 형성을 글로벌 해양수도 도약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북극항로 개척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해양산업 외부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기술, 자본, 인력이 융합되는 클러스터 중심지가 필수적이다. 부산 해양산업 집적화는 대상 기관의 위상을 고려하면 클러스터 이상의 역할이 기대된다. 물론 부산이 해양수도권으로 성장하기에 앞서 풀어야 할 안팎의 과제는 여전하다. 해수부 이전 특별법과 북극항로 구축 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해양수도 부산’은 언감생심이 된다. 또 집적 후보지 선정 과정이 지역 내 과열로 흐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양 특구 탄생 과정에 부산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부산시와 정치권, 시민단체는 부산 해양산업의 미래를 시민사회와 함께 집단 학습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특히 이번 공모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계획의 반영은 필수적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해양 특구에 예상보다 많은 입주 기관·기업이 몰리면 자칫 과밀화될 우려도 있다. 교통, 주거, 상권, 환경은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 ‘해양수도 부산’ 비전은 행정·산업·도시 전략이 통합될 때 구현될 수 있다. 해양 기관 집적은 해양수도 도약을 위한 의미 있는 진일보다. 공정한 기준, 명확한 로드맵, 시민적 합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