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20년' 진주시 단목초, 유등 랜드마크 됐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폐교 20년 초등학교 리모델링
문화도시 일환…유등창작센터
농촌 활성화·유등산업화 등 기대

경남 진주유등창작센터 ‘빛마루’ 야간 경관 모습.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유등창작센터 ‘빛마루’ 야간 경관 모습. 김현우 기자

폐교한 지 20년이 지나면서 흉물이 된 경남 진주시 한 초등학교가 지역의 새로운 관광 거점으로 재도약한다. 지역 대표 문화 자산인 유등 콘텐츠의 창작 플랫폼으로 탈바꿈하는 건데 폐교 재활용과 관광지 조성, 유등 산업화 등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9일 진주시와 진주문화관광재단(이하 재단) 등에 따르면 옛 단목초의 진주유등창작센터 ‘빛마루’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됐으며, 30일 개관식이 열린다. 이날 행사에서는 테이프 커팅, 유등 점등, 참석자 시설 투어 등이 예정돼 있다.

‘빛마루’ 조성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올해 초다. 진주시는 지난해 ‘빛 담은 문화도시 진주’라는 주제로 문화체육관광부 ‘대한민국 문화도시’ 공모에 최종 선정됐고, 올해부터 3년간 200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문화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빛마루는 진주의 대표 문화 자산인 ‘유등’을 현대적으로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유등 콘텐츠 창작 플랫폼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진주시와 재단은 적합한 공간을 물색하던 중 폐교로 방치된 단목초를 대상지로 낙점하고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빛마루 내부 카페 모습. 김현우 기자 빛마루 내부 카페 모습. 김현우 기자

1948년 지어진 단목초는 2006년 9월 1일 폐교한 후 활용 방안 못 찾고 20년간 방치돼 왔다. 천장과 바닥이 무너지고 학교 연못에는 펄이 가득해 악취 민원이 이어졌다. 진주시는 지난 2017년 공유재산 교환을 통해 단목초 부지를 확보하고 한동안 유등 창고로 써왔지만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흉물로 남겨졌다. 진주시와 재단은 수차례 주민 설명회와 유등 작가 간담회, 문체부·시의회 협의 등을 거쳐 지난 7월부터 대곡초 리모델링에 착수했다.

한 주민은 “잡초가 무성하고 건물은 흉가처럼 방치돼 왔다. 밤에 앞을 지나가면 무서울 정도였다. 누군가 들어가 불장난이라도 하면 대형 화재가 날 수도 있어서 항상 걱정됐다. 이번에 완전히 시설이 개선되고 편의시설도 많이 생겨 주민들도 환영하고 있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빛마루는 부지 면적 1만 5615㎡ 규모, 건물 면적 981.8㎡ 규모다. 야외에는 연못·억새 공원·주차장·문화공간 등이, 실내에는 공방 4개·전시 공간·카페·세미나실·사무공간 등이 들어선다. 악취를 풍기던 연못은 펄을 걷어내고 깨끗한 물이 채워졌으며 억새 공원을 편하게 오갈 수 있도록 램프도 설치됐다.

빛마루 조성이 의미 갖는 건 이 속에 지역 정체성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야외 억새 숲 사이로 물고기 유등과 파빌리온 쉼터를 설치해 마치 남강에 유등이 흐르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카페 역시 대형 수조를 설치해 남강과 유등을 형상화했다. 또한 실크등과 같은 지역 특산품이 설치되며 카페 메뉴 역시 지역 특산물 기반 디저트와 음료, 굿즈를 판매한다.

빛마루 내부 공방 모습. 유등 창작활동을 통한 유등 산업화 길이 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현우 기자 빛마루 내부 공방 모습. 유등 창작활동을 통한 유등 산업화 길이 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현우 기자

진주시와 재단의 기대감도 크다. 유등은 진주시를 대표하는 문화콘텐츠지만 그동안 소재나 표현 방식이 단조롭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국내로 넘어온 중국 기술자들에 의해 생산되면서 국내에서는 산업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공방에서 유등 창작이 이어지고 전시.유통되면 산업화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유등 문화를 상시로 창작·전시·유통할 수 있게 되며, 무엇보다 흉물로 방치됐던 단목초가 리모델링됨으로써 침체했던 농촌지역에 활기가 돌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과제도 있다. 본관은 리모델링을 마쳤지만 별관과 관사 건물은 아직 리모델링 전이다. 아직 체험·전시 공간이 부족한 만큼 후속 사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시설이 지속성을 가지기 위해선 유등 만들기 체험 등 프로그램 개발도 뒤따라야 한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진주 실크등이 해외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끄는 등 유등의 경쟁력이 입증됐다. 이제 유등을 단순히 보여준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이 전체를 관광산업화 하는 방면으로 접근해야 한다. 유등창작센터는 유등의 제작과 연구 뿐만 아니라 관련 인재를 양성하는 요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