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영의 집피지기] '똘똘한 한 채' 이제는 끝낼 때
경제부 기자
부산의 한 이전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A 씨는 부동산 매매를 고민하고 있다. 경기도에 있던 집을 팔아 부산으로 가족들을 옮기며 ‘기러기 아빠’ 생활을 청산할지, 아니면 서울 외곽에 집을 사고 부산에서는 전세를 구할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이런 고민을 A 씨만 해본 건 아닐 테다. 여러 직장 선배들의 조언은 ‘무조건 서울에 입성하라’는 후자였다고 한다. 어떤 정책 속에서도 언제나 우상향하는 서울 집값을 믿으라는 거였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다. ‘영끌’을 통해 가치가 높은 집 한 채만 보유해 세금 부담을 최대한 줄이며 향후 차익 실현을 노리는 투자 방식이다. 여기서 ‘똘똘한’이라는 단어를 ‘서울’이라는 지명으로 대체해도 별 무리가 없다. 34평짜리 아파트 한 채가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강남3구나 한강벨트면 금상첨화다. 서울 아파트는 주거용이 아닌 전 국민이 눈독 들이는 투자처가 된 지 오래다.
다주택자를 억지로 때려 잡기 위해 만든 세제 체계가 이를 부추긴다. 실제로 같은 금액의 아파트를 보유하더라도 서울에 한 채를 보유한 사람이 지방에 여러 채를 보유한 사람보다 많게는 수억 원의 양도소득세를 아낄 수 있다. 지금처럼 지방이 침체된 상황이라면 서울의 한 채가 수억 원의 매매 차익을 더 챙길 수 있음에도 말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초강력’ 대책을 내놨다. 앞선 두 차례의 부동산 대책에도 강남3구나 한강벨트의 집값이 잡히지 않고 서울 외곽으로 상승세가 확산되면서 실시한 조처다. 똘똘한 한 채를 정조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똘똘한 한 채 현상과 부동산 초양극화는 기울어진 과세 구조에서 촉발됐다. 하지만 세금은 건드리지 않고 규제지역과 대출로만 때려 잡으니 ‘반짝’ 효과 외에는 별다른 파급력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출 없이 수십억 원을 감당할 수 있는 이들이 강남으로 더 쏠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연말까지 부동산 양극화 해소 효과를 지켜본 뒤 다음 부동산 정책 발표 때는 지방에 대한 부양책도 함께 나와야 한다. 지방에 한시적으로 취득세 중과를 완화하는 등 지방에도 눈을 돌릴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줘야 한다. 서울이 죽는다고 지방이 살아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한시적인 세제 완화 혜택으로 지방 부동산이 급등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않는다. 부동산 양극화는 지역균형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방에 있는 우리 집도 ‘똘똘한’ 한 채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