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벼르고 있었다…미·영 정부, 캄보디아 범죄 기업 제재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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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국가 조직' 프린스그룹 등
영국 정부와 공조해 제재 진행
“삶 망치면서 런던 주택 사들여”

14일(현지 시간) 오후 캄보디아 시하누크빌에 있는 범죄 단지로 추정되는 건물 인근에 3m가 넘는 담벼락이 서 있다. 연합뉴스 14일(현지 시간) 오후 캄보디아 시하누크빌에 있는 범죄 단지로 추정되는 건물 인근에 3m가 넘는 담벼락이 서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영국 정부가 14일(현지 시간) 캄보디아 등지에서 스캠(사기)센터를 운영하며 피해자들의 돈을 갈취하거나 인신매매 노동자들을 고문하는 등 불법 행위를 저질러 온 조직을 대상으로 제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포함된 조직은 '프린스 그룹'(Prince Group)과 그 회장인 천즈다. 영국 정부 성명에 따르면 프린스 그룹은 캄보디아 등지에서 광범위한 사업을 하는 업체다. 천즈와 이 업체는 카지노와 스캠 센터로 사용되는 단지를 건설하고 대리인을 통해 운영에 관여한다.

또한 프린스 그룹과 연계된 레저·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진베이 그룹', 진베이·프린스 그룹과 연계된 암호화폐 플랫폼 '바이엑스 거래소'도 제재 대상이다.

영국 정부는 '골든 포천 리조트 월드'도 제재 대상으로 올리면서 프린스 그룹 자회사가 건설하고 '기술 단지'로 위장한 프놈펜 외곽의 대규모 스캠 단지의 배후 회사라고 설명했다. 천즈를 비롯한 이들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사업체를 두고 런던 부동산 시장에 투자해 왔다고 한다. 제재로 이들 사업체와 부동산은 즉각 동결되며 천즈 등은 영국 금융체계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영국 정부는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 동남아의 스캠 센터들이 가짜 구인 광고로 외국인들을 폐쇄된 카지노나 특수 목적 시설로 유인하고 고문으로 위협하며 온라인 사기를 자행하도록 강요한다고 밝혔다.

사기 방식에는 범행 표적과 친분을 쌓으면서 점점 더 큰 돈을 사기성 암호화폐 계획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방식도 포함된다. 겉보기에 합법적으로 보이는 사업이나 온라인 도박 플랫폼 등으로 돈을 세탁한다고 한다.

미국 재무부는 프린스 그룹을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규정하고서 천즈 회장을 비롯한 이 그룹과 관련해 146건의 제재를 시행한다고 이날 밝혔다.

또 미 법무부는 천즈 회장을 온라인 금융사기와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피고인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간 파악된 범죄 사실만으로 재판에 회부한 것인데, 유죄 확정시 최대 4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법무부는 또 천즈 회장이 보유해온 약 150억 달러(약 21조 원) 상당의 비트코인 12만 7271개를 몰수하기 위한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현재 미국 정부가 이 비트코인을 압류 중인데, 이는 법무부 역사당 최대 규모의 압류라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아울러 미 재무부는 프린스 그룹에 대한 제재와 함께 캄보디아 소재 금융서비스 대기업 후이원 그룹을 미국 금융체계에서 차단하는 조치도 확정했다. 후이원 그룹은 악의적인 사이버 행위자들이 사기·탈취를 통해 확보한 가상화폐 자금을 수년간 세탁해왔으며 북한이 탈취한 가상화폐 자금을 세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이제 후이원 그룹 관련 거래가 금지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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