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석 소극장' 무대에서 출발하는 K뮤지컬
어댑터씨어터 2관 '80일간의 세계일주'
강성진 김형균 구옥분 등 명배우진 출연
17~26일 2주 동안 금, 토, 일요일 무대
"광안리 소극장에서 세계 무대로 뻗는 꿈"
“대학로에서 브로드웨이로 진출해 토니상 6관왕을 휩쓴 ‘어쩌면 해피엔딩’처럼 뮤지컬 ‘80일간의 세계일주’도 소극장에서 출발하지만, 꿈마저 작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쥘 베른의 원작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가 부산의 소극장에서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의 소극장 어댑터씨어터 2관은 17일부터 26일까지 뮤지컬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무대에 올린다. 부산문화재단의 집중지원사업인 ‘올해의 포커스 온’에 선정된 작품으로 이번 부산 무대가 초연이다.
작품은 2019년 서울 대학로에서 선보였던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의 유병은 연출가와 강진명 작곡가가 다시 손을 맞잡아 탄생했다. 강성진과 김형균, 구옥분, 김륜호, 엄준식 등 당시 호흡을 맞췄던 뮤지컬 배우들도 이번 부산 무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1872년 발표된 원작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15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전 세계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는 모험 소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뮤지컬은 원작의 탄탄한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시선과 한국 정서에 맞춘 인간 성장 서사로 확장된다는 게 특징이다.
시간관념이 철저한 완벽주의자인 영국 신사 필리어스 포그는 정의로운 구원자로 변신,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고 불의에 분노하는 인간미를 드러낸다. 하인 파스파르투와의 세계일주는 곧 진정한 인간미를 찾아가는 여정이 된다. 둘의 여정은 아우다 부인과의 로맨스와 형사 픽스와의 대립은 물론 원작에 없는 소녀 라코타의 합세로 더욱 풍성해지고 따뜻해진다.
유병은 연출은 “이번 공연은 냉정한 신사가 세상을 돌며 결국 사람에게 돌아오는 이야기”라며 “작은 무대에서 시작하는 도전이지만, 그 안에서 더 큰 인간의 이야기를 발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뮤지컬 ‘80일간의 세계일주’가 특히 눈길을 끄는 포인트는 100석이 채 되지 않는 소극장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소극장 뮤지컬은 하지만, 관객과의 밀도 높은 만남을 통해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뮤지컬 ‘80일간의 세계일주’ 역시 이런 경험을 토대로 작품을 성장시켜 향후 중대형 극장으로 확장하는 꿈을 꾼다.
실제로 이런 시스템은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도 검증된 제작 구조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에서도 ‘빨래’ ‘김종욱 찾기’ ‘팬레터’ 등 다수의 창작 뮤지컬이 소극장에서 출발해 장기 흥행으로 이어졌다.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예술은공유다 심문섭 대표는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을 석권하며 우리나라 창작진 중심 제작 시스템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80일간의 세계일주’ 또한 같은 방향성에서 제작된 것으로, K뮤지컬의 진화를 잇는 작품으로 육성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공연은 17일부터 오는 26일까지 2주간 금·토·일요일에 관객을 맞는다. 시간은 금요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와 오후 7시, 일요일 오후 5시. 8세 이상 관람 가로, 중간 휴식 없이 100분간 진행된다. 관람료 6만 원. 예매 및 할인 정보 확인은 네이버와 어댑터씨어터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문의 051-911-1447.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