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티타임] 경쟁자다 싶으면 내빈 소개도 빼버리는 현직 구청장들
내년 지선 의식 전략적 견제
같은 당 소속 시의원도 홀대
“불필요한 갈등 조장” 비판
정치인들에게 지역 행사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릴 기회다. 이 자리엔 정치 고관여층뿐만 아니라 행사를 즐기러 온 주민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어 홍보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부산 구청장들이 지역 축제나 행사의 각종 소개 자리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내년 지방선거의 잠재적 경쟁자들을 모두 배제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선 이러한 전략적 견제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북을 지역위원장인 정명희 전 북구청장은 자신의 SNS에 “정치적인 걸 배제한다며 가장 큰 지역 축제인 구포나루 축제에서 전임 구청장이자 지역위원장인 저를 내빈 소개에서 배제시켰다. 소개를 안 해주는 게 아주 정치적인 것”이라며 “의도된 배제는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민주당 지역위원장들도 “지역 행사나 축제에서 구청장이 우리를 소개조차 해주지 않는데 이러한 행동이 참 유치하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인사만 지역 행사에서 소개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부산 16개 구·군 구청장 모두 국민의힘 소속인데, 같은 당 소속 부산시의원들조차 홀대 받고 있어 당내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시 예산을 확보해 지역 숙원 사업을 해결하는 데 일조하거나, 축제를 풍성하게 열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게 시의원들인데 정작 공개 석상에서 제대로 마이크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동부산권을 지역구로 둔 A 시의원은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일찌감치 구청장들이 지역구 시의원들을 아예 소개하지 않는 것으로 정한 것을 전해 들었다”며 “내년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같은 당 인사도 견제만 하고 있으니, 당이 분열된 모습으로 보일까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중부산권을 지역구로 둔 B 시의원도 “구청장이 시의원들 소개해주는 건 이제 기대도 안한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구청장들의 움직임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전략적 견제로 해석하고 있다. 〈부산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를 통해 지난달 7~8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거주 중인 지역의 구청장·군수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선출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에 ‘교체되는 것이 좋다’(46.3%)는 응답이 ‘다시 선출돼야 한다’(35.3%)는 응답보다 11%포인트(P)나 많았다. 이처럼 구청장들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내년 지방선거의 잠재적 경쟁자들에 대한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정치권에선 대체로 ‘견제가 과하다’는 반응이다. 지역 발전과 단합에 집중해도 모자랄 시기에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C 시의원은 “올해 공개 석상에서 마이크를 잡고 소개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데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선거가 다가올수록 구청장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모습이 역력한데 주민들 실망만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조사는 부산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무선 자동응답(ARS) 조사로 진행했으며 자세한 내용 여론조사심의위 참고.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