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타이레놀 복용 가능… 하루 4000mg 넘겨선 안 돼
식약처, 복용 가이드라인 마련
“타이레놀·자폐증 연관성 없어
이부프로펜 등은 사용 자제를”
정부는 ‘임신 중 해열·진통제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아 출산 위험을 높인다’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임신부는 기존 사용상의 주의사항대로 의사, 약사 등 전문가와 상의하고 복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타이레놀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물론 이부프로펜 등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와 관련한 복용 가이드라인도 함께 내놨다.
29일 식약처에 따르면 임신 초기 38도 이상 고열이 지속되면 태아 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증상이 심할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 복용이 가능하다. 단 복용량은 하루 4000mg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타이레놀 주성분으로, 이부프로펜이나 아스피린과 달리 해열 등을 겪는 임신부가 인심하고 복용할 수 있는 약물로 인식됐다. 1955년 아동용에서 출발한 타이레놀은 오늘날 널리 쓰이는 해열진통제로, 세계보건기구(WHO)의 필수의약품 목록에 포함돼 있다.
식약처는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나프록센 등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의 경우 태아 신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임신 20~30주에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량을 최단기간 사용하고 임신 30주 이후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식약처는 “현재 타이레놀 등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의 국내 허가 사항에는 임신 중 복용과 자폐증간 연관성에 대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별로 의료적 상황이 다를 수 있으므로 임신부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을 복용하기 전에 의약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신부의 타이레놀 복용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아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 식품의약국(FDA)을 통해 이를 의사들에게 통보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0년 대비 자폐증 유병률이 약 400% 늘었다는 미 보건당국의 통계를 제시하면서 “타이레놀을 복용하지 말라”는 발언을 수십차례 반복한 바 있다.
WHO와 유럽연합(EU)는 이 같은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WHO는 “지난 10년간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현재 일관된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확립된 근거는 없다고 밝히면서 “국제적으로도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을 필요시 단기간, 최소 용량으로 사용하는 것은 안전하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며 “불확실한 주장에 불안해하지 마시고 주치의와 상의해 약을 복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