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철새 3만 마리, 수천km 날아 울산 앞바다 ‘장관’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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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류샨제비갈매기 등 국제보호종 다수 포착
전국 탐조인 60여 명, 8차례 탐사 끝에 발견
울산 바다, 희귀 철새 핵심 경로임이 재확인

울산 방어진 앞바다에서 발견된 슴새 무리. 슴새는 가까운 시기 내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태여서 세계자연보전연맹 준위협종으로 뷴류돼 있다. 짹짹휴게소 제공 울산 방어진 앞바다에서 발견된 슴새 무리. 슴새는 가까운 시기 내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태여서 세계자연보전연맹 준위협종으로 뷴류돼 있다. 짹짹휴게소 제공

알래스카에서 번식한 희귀 철새 3만여 마리가 울산 앞바다에서 대거 포착됐다.

울산시는 지난 8월 8일부터 이달 6일까지 방어진 동쪽 약 20km 해상에서 국제보호종 등 총 10종 3만 1000여 마리를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알래스카와 캄차카반도에서 번식한 조류로, 6000km 이상을 이동해 울산 해역에 도착한 것이다.

이번 조사는 울산 철새동호회 ‘짹짹휴게소’와 ‘울산 새통신원’을 비롯한 전국 탐조인 60여 명이 주도했다. 이들은 번식 조류가 이동하는 8~9월에 맞춰 총 8차례 바다로 나가 종과 개체 수를 일일이 파악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방어진 해상에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자료목록상 ‘취약종(VU)’인 알류샨제비갈매기 약 100마리와 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인 뿔쇠오리 약 50마리가 확인됐다.



울산 앞바다에서 발견된 알류샨제비갈메기. 짹짹휴게소 제공 울산 앞바다에서 발견된 알류샨제비갈메기. 짹짹휴게소 제공

울산 방어진 앞바다에서 관찰된 붉은발슴새. 짹짹휴게소 제공 울산 방어진 앞바다에서 관찰된 붉은발슴새. 짹짹휴게소 제공

울산 앞바다에서 먹이사냥 중인 제비갈매기. 짹짹휴게소 제공 울산 앞바다에서 먹이사냥 중인 제비갈매기. 짹짹휴게소 제공

‘준위협종(NT)’인 슴새 2만 5000여 마리와 붉은발슴새 1마리가 먹이 활동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붉은발슴새는 오스트레일리아 서남부연안,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번식하고 5∼6월 인도양, 아라비아해까지 북상했다가 8월 번식지로 돌아가기 위해 국내 먼 바다를 통과하는 매우 드문 나그네새다.

또 전남 신안군 등지에서 생태계 교란종의 영향으로 개체 수가 줄고 있는 바다제비 50여 마리의 모습도 발견됐다. 이 밖에도 지느러미발도요, 북극도둑갈매기, 긴꼬리도둑갈매기, 제비갈매기 등의 이동이 포착됐다.

‘짹짹휴게소’는 지난해 8월에도 울산 동구 동쪽 8km 해상에서 알류샨제비갈매기와 뿔쇠오리 등 국제보호조류 8마리의 이동을 확인한 바 있다.

홍승민 짹짹휴게소 대표는 “울산 방어진 해상이 알래스카와 캄차카에서 번식한 조류가 이동하는 주요 길목임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향후 이러한 생태 자원이 해상 탐조 관광으로 이어져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번 관찰은 2021년 5월 울산 태화강과 울산만(灣)이 국제 철새 이동 경로로 등재된 후 울산이 철새 도래지이자 이동 경로임을 재확인시켰다”며 “향후 조류사파리를 통해 철새관찰기록과 철새탐조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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