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노동 강제성 언급 없어…반쪽짜리 日 사도광산 추도식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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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급 대신 국장 보내 추도사
“가혹한 환경서 힘든 노동”만 언급
올해도 한국 불참한 채 '반쪽' 개최
한국, 가을에 별도 추도식 추진 예정

오카노 유키코 일본 외무성 국제문화교류심의관이 13일 사도섬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읽고 있다. 연합뉴스 오카노 유키코 일본 외무성 국제문화교류심의관이 13일 사도섬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읽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지난해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때 한국 측과 약속했던 노동자 추도식이 일본 측 인사만 참가한 사실상 반쪽 행사로 치러졌다. 일본 정부 대표는 올해도 추도사에서 조선인 노동의 강제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는 13일 오후 1시 30분 사도섬 서쪽에 있는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사도광산 추도식’을 개최했다. 행사는 묵념, 개회사, 사도시·니가타현·일본 정부 대표 추도사,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에는 72명이 참가했으며, 일본 정부를 대표해 참가한 인사는 지난해 차관급인 정무관에서 올해 국장급으로 격이 낮아졌다. 이날 행사에는 오카노 유키코 외무성 국제문화교류심의관이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했다.

오카노 심의관은 “광산 노동자 중에는 한반도에서 온 많은 분도 포함됐다”며 “한반도에서 온 노동자들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해도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토지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면서 갱내의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힘든 노동에 종사했다”고 했다.

이어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유감스럽게도 이 땅에서 돌아가신 분도 계시다”며 “모든 시대, 모든 사도광산 노동자의 노고를 생각하면서 돌아가신 모든 분에 대해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행사 주최 측은 지난해 일본 정부 대표 발언을 내빈 인사로 소개했으나, 올해는 ‘추도사’로 규정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추도사 내용과 행사 명칭 등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행사 직전 전격적으로 불참을 결정했다. 올해도 일본 측과 추도식 문제를 논의했으나 추도사에 조선인 노동의 강제성이 충분히 담기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이달 초순 불참을 통보했다.

한국 정부는 올해도 자체 추도식을 열 계획이다. 시기는 가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사도광산은 에도시대(1603년~1867년)에 금광으로 유명했던 곳으로 태평양 전쟁이 본격화한 후에는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주로 이용됐다. 이때 식민지 조선인들이 강제 동원돼 혹독한 환경 속에서 차별받으며 일했다. 하지만 일본은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 유산 대상 시기를 에도시대로 한정해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를 외면하려 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에 한국 정부는 ‘전체 역사’를 반영할 것을 거듭 요구했고, 일본은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물을 설치하고 추도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1940년부터 1945년까지 사도광산에서 노역한 조선인 수는 1519명으로 알려졌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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