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대 특검법 '여야 합의' 하루 만에 협치 팽개친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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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내 강경파 반발에 합의 파기
정략적 도구 안돼… '역풍' 맞을 수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오른쪽)과 김병기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정된 '더센 특검법(3대 특검법 개정안)'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 처리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오른쪽)과 김병기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정된 '더센 특검법(3대 특검법 개정안)'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 처리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합의’가 불과 하루 만에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일이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치열한 협상 끝에 어렵사리 도달했던 ‘3대(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법 개정안’ 합의가 민주당 내 강경파 반발과 정청래 대표의 재협상 지시로 돌연 파기된 것이다. 민생 현안이 산적한 9월 정기국회가 채 문을 열기도 전에 벌어진 여당의 이 무책임하고 오만한 태도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기본 가치를 내팽개친 행위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여야 협치의 가능성을 보였던 합의가 단지 시늉에 그치고 만 셈이다. 합의 정신을 가볍게 뒤집는 여당의 모습은 국민이 기대한 협치와 너무도 거리가 멀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긴 마라톤협상 끝에 3대 특검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민주당이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이나 수사 인력 충원을 최소화하고 내란 재판 중계 등 강성 조항들을 빼는 국힘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한 협조를 끌어내 협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대표 회동에서 강조한 ‘협치’ 주문과 맞물려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 합의가 알려지자마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전면 재검토’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고, 정청래 대표는 “수용할 수 없는 안”이라며 재협상을 지시, 결국 합의는 파기됐다. 국힘은 “협치와 합의의 무게를 가볍게 여긴 것”이라 강력히 비판했다. 여당이 내부 강경파 눈치 보느라 협치 기회를 걷어차 버린 셈이다.

내란 사건을 포함한 권력형 비리 수사는 특검을 통해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민주당이 주장하듯 ‘기간 연장 없는 특검은 반쪽짜리’라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 문제는 접근 방식이다. 여야가 협치를 통해 타협점을 찾았음에도 불과 하루 만에 당내 이견에 따라 합의를 번복한 것은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태다. 국민이 우려하는 것은 특검의 정치적 소모전화다. 무엇보다 정략적으로 질질 끌면서 정쟁의 도구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특검이 길어질수록 국정은 마비되고 국민 피로감만 쌓일 뿐이다. 협치한다고 손을 잡았다가 당내 기류에 따라 번복한다면 국민이 어떻게 여당을 신뢰하겠는가.

국민은 특검을 원하지 않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다. 그러나 그 방식이 정략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특검은 어디까지나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한 제도이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협상 카드가 아니다. 수사 기간을 무한정 늘리거나 수사 범위를 정략적으로 조정하려는 시도는 특검 본래 취지를 훼손할 뿐이다. 지금 국회 앞에는 특검만 있는 게 아니다. 물가 불안, 청년 실업, 지역 경제 침체 등 산적한 민생 현안이 우리 삶을 압박하고 있다. 이처럼 중대한 시기에 국회가 특검 문제로만 시간을 허비한다면, ‘민생 외면’이라는 역풍이 정치권을 향할 것이다.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협치의 무게를 깨닫고 스스로 약속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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