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벤치클리어링
지난 3일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일어난 일이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소속된 미국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콜로라도 로키스와 맞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시작부터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 난투극까지 벌어지면서 두 팀에서 모두 3명의 선수가 퇴장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건은 1회 무사 1루에서 나온 샌프란시스코 라파엘 데버스의 투런 홈런 직후 일어났다. 데버스는 상대 투수 카일 프리랜드를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시즌 30호 홈런을 기록했다.
타자는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는 모습을 잠시 지켜본 뒤 베이스를 돌기 시작했고, 상대 투수는 곧바로 타자를 향해 항의했다. 타자도 1루 베이스를 밟는 과정에서 상대 투수와 언쟁을 벌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 타석 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샌프란시스코의 맷 채프먼이 마운드 쪽으로 돌진해 상대 투수를 밀치면서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샌프란시스코와 콜로라도 선수들이 대거 그라운드로 뛰어나왔고, 격렬한 몸싸움이 난투극으로 번졌다.
벤치클리어링은 야구 등 단체 스포츠에서 우리 팀 선수와 상대 팀 선수가 싸움이 났을 때 벤치에 있던 선수들까지 모두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같이 싸우는 것을 말한다. 말 그대로 벤치를 비운다고 벤치클리어링이다. 18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야구에서 처음 나왔다. 지금은 아이스하키 등 다양한 스포츠에서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벤치클리어링은 상대 선수의 보복성 플레이에 대한 억제나 동료 보호, 팀워크 과시 등 다양한 목적이 있다. 주먹다짐이 벌어지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서로 밀치거나 언쟁을 벌이는 수준에서 그친다.
야구에서 벤치클리어링 때 불문율이 있다. 도구 사용은 금지된다. 야구방망이 등 야구장에서 사용하는 각종 도구는 엄격히 제한된다. 발로 상대를 가격하는 경우도 금지된다. 야구화에는 미끄러짐 방지를 위해 스파이크라는 아주 뾰족한 게 달려 있는데 부상 등 심각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벌어진 벤치클리어링은 타자가 담장을 넘어가는 자신의 홈런공을 너무 오래 봤다고 생각한 투수의 항의로 촉발됐다. 투수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는 것이다. 모든 스포츠는 동업자 의식이 필요하다. 상대를 꺾고 이기더라도 존중하는 마음이 깔려 있어야 한다. 벤치클리어링을 묵인하는 이유도 동업자 의식 때문이다. 동업자 의식, 삶에서도 필요하다. 김진성 선임기자 paperk@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