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장고개
조성래(1959~)
한 잔 술로 위로받은 저녁, 장바구니 틈에 끼어 장고개 넘는다. 자유시장 입구에서 남구 3번 마을버스 타고 조방 앞 지나 문현 교차로에서 오른쪽 돌면 좁고 꼬불꼬불한 곱창 골목. 내가 걸어온 과거보다 복잡한 통로. 그걸 돌아 우여곡절 끝에 출구 찾으면 이번엔 가파른 고갯길! 아무리 애써도 단숨에 넘을 수 없는 아슬아슬한 장고개…… 한 잔 술에 의지해 그 고개 간신히 넘는다
세상 길 가도 가도 아슬한 고개. 어둠 속에 허위 허위 장고개 넘다 보면 마을버스 털털거리듯 나도 숨이 차다. 사막 건너는 낙타처럼 나도 외롭다. 그래도 바람 맞서려 제 7부두 저쪽, 저녁 바다 불빛 보고 이를 악문다
시집 〈쪽배〉 (2021) 중에서
부산은 지형상 산이 많아 고개가 많습니다. 지금은 도시화, 평탄화로 인해 사라진 고갯길들이 많지만 장에 갔다 돌아오는 사람들이 식구들을 위한 꾸러미를 들고 오르던 추억의 고개입니다.
부산에는 장고개가 여럿 있는데요. 정식으로 장고개라 부르는 곳은 문현동과 우암동 사이에 있는 고갯길, 감만동과 우암동 주민들이 부산진시장으로 가기 위해 지나다니는 길이라 합니다.
좁고 구불구불한 고갯길은 넘고 또 넘어도 평탄치 못한 인생길에 비유되곤 하는데요. 삶의 오르막 내리막 길, 숨이 차도록 걷다 보면 외롭기만 한 어딘가에 닿게 되기도 하는 고개입니다.
어스름 저녁 저쪽, 부두에서 빛나고 있는 불빛 보며 세상 풍파에 당당히 맞서고 싶은 시인의 애수가 쓸쓸하게 다가옵니다. 신정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