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이 순직? 부산소방본부 소방관 3명 순직 인정 추진
작년 12월~올해 4월 숨진 3명
업무상 스트레스 인한 고통 판단
입증 자료 확보·유족 면담 진행
조직 안팎선 신중한 검토 목소리
원인 등 대책 마련 우선 지적도
부산에서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관 3명에 대해 소방 당국이 순직 인정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한 것인데,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까지 포함되면서 모든 자살을 순직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소방 안팎에서 인다.
부산소방재난본부(이하 부산 소방)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에 걸쳐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소방공무원 3명에 대해 재해보상유족급여(순직)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부산 소방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순직 신청 지원 TF를 구성해 총 28회 관련 회의를 열고 경위조사서, 공무와 사망 간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했다. 지난달 11일과 18일에는 공무원연금공단 조사관이 파견돼 유족 면담 등 현지 조사를 진행했다. 인사혁신처는 공단으로부터 해당 내용을 이송받은 뒤 연말께 재해보상심의회를 열어 순직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순직 심사는 해당 직원이 소속된 기관에서 1차 조사를 실시해 공무원연금공단에 현장 확인 조사를 요청하고, 이후 공단이 인사혁신처에 확인 자료를 넘기면 재해보상심의회가 최종 판단을 내린다. 순직으로 인정될 경우 유족은 공무원재해보상법에 따라 보상금과 연금 등을 지급받는다.
이번 부산 소방의 순직 청구 대상자인 A 씨(소방경)와 B 씨(소방위), C 씨(소방교) 3명은 모두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었다.
이 중 A 씨는 올 초 작업자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 참사’ 이후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지난 3월 26일 부산소방재난본부 청사 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당시 A 씨는 사고 현장의 소방시설 감리 업무를 맡았던 인물로, 사망 전 한 차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공무상 질병 휴직으로 요양을 하고 있다 부상 부위가 악화돼 지난 4월 6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C 씨는 구급 활동 시 당한 폭행과 민원 업무 등의 스트레스로 지난해 12월 4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의 자살 순직은 2020년부터 인정되기 시작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전국 소방의 자살 순직 승인은 △2020년 3명 △2021년 1명 △2022년 6명 △2023년 5명 △2024년 5명이다.
소방 조직 안팎에서는 자살을 순직으로 심사 청구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기준과 상식에 기반한 신중한 검토와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자살을 순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자살이 ‘하나의 선택’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만큼 순직 신청 등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살 순직 인정 이전에 자살에 이르게 한 원인 등에 대해 조직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산 소방의 한 소방관은 “자살한 동료들에 대해 순직 신청, 처리가 연이어 이뤄지면서 조직 내부가 술렁이는 것이 사실이다”며 “예방교육 등 직무상 트라우마 치료 지원 같은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자해로 인한 사망은 원칙적으로 공무상 재해로 보지 않지만, 공무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 판단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벌어진 경우라면 예외적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한 법령이 있어 그러한 판단에 따라 순직 신청을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