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EU처럼 별도 합의서 없는 한미 관세협상…일부 내용 ‘온도차’ 분쟁 가능성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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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트럼프 “농업 포함”에 “쌀·소고기 제외”
‘수익 90% 미국에’ 표현엔  “재투자 개념 이해”
LNG 구매, 한국 첫 발표엔 없어…“통상 수입 규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보건 기술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보건 기술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한미 관세협상이 30일(현지시간)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미국과 일본, 미국과 유럽연합(EU) 관세협상 타결 때와 마찬가지로 한미 양국 역시 별도 합의서 없이 각자 결과를 발표하면서 발표 내용 중 일부 ‘온도차’가 감지된다. 협상 이행 결과에 따라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 관세협상 결과 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이번 협상의 ‘뜨거운 감자’로 꼽혔던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관련된 대목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 완전히 개방할 것이고 자동차, 트럭, 농업(농산물) 등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곧바로 이어진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김용범 정책실장은 “국내 쌀과 소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양국 발표에 차이가 있는 것 아닌가’라는 취지의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정치 지도자의 표현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협상을 책임진 각료들 간 대화인데, 농축산물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고 합의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관련 브리핑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여합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관련 브리핑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여합스

또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한국 투자에서 나오는) 수익의 90%는 미국민에게 간다”고 한 것 역시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이에 김 실장은 “논의하며 정리한 비망록이 있다. 이를 공개할 수는 없으나 원문을 보면 ‘투자로부터 이익의 90%를 리테인(retain·보유)한다’고 돼 있다”며 “이에 대해 미국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추론하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 내부적으로는 ‘재투자’ 개념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조선업 펀드를 제외하고 다른 업종 투자펀드에 들어가는 2000억 달러의 운용 형태를 두고도 “직접 투자 비율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이나 보증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겠나”라며 “2000억 달러를 모두 직접 투자하는 것과는 구조적으로 다를 것이다. 이런 사항을 비망록에 적어뒀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1000억 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나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한다”고 SNS에 명시했으나 한국 측의 첫 브리핑에서는 해당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김 실장은 관련 질문에 “통상적으로도 수입하는 규모”라고 언급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앞으로 2주 이내에 백악관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무역·관세 합의에 관해 별다른 추가 발표 사항이 없다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는 합의 확정까지 분쟁의 소지가 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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