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입단속 ‘자충수’였나… 윤석열 ‘증거 인멸 우려’로 재구속
서울중앙지법, 10일 구속영장 발부
5개 혐의 적용한 영장 청구 받아들여
윤석열 전 대통령이 4개월 만에 다시 구속된 데에는 ‘증거 인멸 시도가 있었다’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사건 관계자들에게 진술 번복을 회유하고,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한 행위 등이 재구속을 불렀다는 판단이다. 직권 남용과 특수 공무 집행 방해,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 등도 소명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2시 7분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내란 특검팀이 직권 남용 권리 행사 방해, 특수 공무 집행 방해, 허위 공문서 작성 및 동 행사,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 서류 손상, 대통령경호법 위반, 범인 도피 교사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이다.
남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 2시 22분부터 6시간 40분 동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이 법정에 나와 무혐의를 역설했지만, 두 번째 구속을 피하진 못했다.
윤 전 대통령 재구속은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처럼 속이려 사후에 허위 계엄 선포문을 만들고, 수사에 대비해 내란 공범들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하는 등 범행 자체가 증거 인멸이란 특검팀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로 보인다.
또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 조사에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이 개입해 회유하려 했다는 주장도 영장 발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크게 5가지 범죄 사실을 적용해 지난 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국무위원 심의 방해 관련 직권 남용 ▲계엄 선포 절차 하자 은폐를 위한 사후 부서 ▲외신 허위 공보 관련 직권 남용 ▲비화폰 정보 삭제 관련 대통령경호법 위반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을 범죄 혐의로 적용했다.
영장 청구서뿐 아니라 10일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윤 전 대통령 증거 인멸 우려를 다각도로 부각했다. 특검은 중대 범죄를 저지른 윤 전 대통령 측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앞서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폐기 혐의 관련자인 강 전 실장은 최근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입회한 특검 조사에서 기존 진술을 뒤집었다.
김 전 처장도 경찰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관련 혐의를 부인했지만, 변호인단이 없던 특검 조사에선 윤 전 대통령 범행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했다.
특검은 이러한 사례를 들며 윤 전 대통령 측이 향후에도 사건 관계인들 진술을 오염시키거나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사실상 특검 측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측근 입단속에 나선 변호인단 노력이 자충수가 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범죄 자체가 없었던 데다 법 적용이 잘못됐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법원은 결국 특검 측 손을 들어줬다.
수사 3주 만에 신병 확보에 성공한 특검팀은 계엄 명분을 쌓으려 북한과 무력 충돌을 유도했다는 외환 혐의로 수사망을 넓힐 발판을 마련했다. 내란 혐의는 검찰·경찰에서 어느 정도 다져진 만큼 구속 기간 남은 수사는 외환 혐의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북한을 도발해 계엄 명분을 쌓으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과 폐기 혐의 공범으로 적시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 총리 외에도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계엄 후 안가(안전가옥) 회동 의혹을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수사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