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세포 이용, 난치 혈액암 치료에 도전”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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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병원 CAR-T세포 치료센터

T세포에 암세포 대항 수용체 주입
주사 한 번으로 완치 가까운 효과
2년 전 재생의료실시기관 지정
치료센터에서 합병증 신속 대응
총 7명 치료제 주입, 경과 추적 중
암 치료 패러다임 전환 ‘기대’

CAR-T세포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동아대병원 CAR-T세포 치료센터 이지현 교수가 환자로부터 면역세포를 분리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CAR-T세포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동아대병원 CAR-T세포 치료센터 이지현 교수가 환자로부터 면역세포를 분리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동아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의료진들. 동아대병원 제공 동아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의료진들. 동아대병원 제공

A 씨는 지난 2016년 혈액암의 일종인 광범위 거대 B세포 림프종을 진단받았다. 6번에 걸친 항암치료를 마치고 혈액암이 완전히 없어진 상태로 8년이 경과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24년 3월 재발이 됐다. 또 다시 방사선과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호전되는 듯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겨드랑이, 사타구니를 비롯한 온 몸에 림프종 덩어리가 만져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반복되는 재발로 절망감에 빠져 있을 때 의료진으로부터 ‘CAR-T세포 치료’ 라는 생소한 치료법을 권고받았다.

■‘원샷 원킬’ 꿈의 치료제

CAR-T세포 치료는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를 이용한 개인 맞춤형 치료법이다. CAR-T세포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한다. 이 T세포에 암세포에만 반응하는 수용체의 유전정보를 주입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CAR-T세포를 배양해 대량으로 증식한 다음 다시 환자에게 주입해 암세포만을 사멸시킨다.

A 씨는 2024년 11월 드디어 본인에게서 한 달전에 뽑아낸 혈액을 통해 만들어진 CAR-T세포 치료제를 주입했다. 그리고 7개월이 지나 지금은 암이 없어진 상태로 외래에서 경과를 살피고 있는 중이다.

CAR-T세포 치료는 한번의 주사로 완치에 가까운 효과를 볼 수 있어 ‘꿈의 치료제’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비싼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T세포는 자신의 세포가 아닐 경우 공격하는 특성이 있어 환자의 T세포로 제조한 치료제는 본인만 사용할 수 있다. 어떤 암세포의 항원을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드냐에 따라 치료할 수 있는 암종이 정해진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헌혈을 하고 1개월 후 수혈 받는 것처럼 비교적 간단해 보이는 과정이지만 CAR-T세포 치료를 위해서는 많은 첨단 공정과 환자-의료진의 공감과 노력이 필요하다.

■동아대병원, 첨단재생의료기관 지정

첨단재생의료는 사람의 신체 구조 또는 기능을 재생, 회복하거나 질병을 치료 또는 예방하기 위하여 인체세포 등을 이용하여 실시하는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조직공학치료 등을 말한다. 특히 면역세포를 이용한 항암치료는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주요 선진국들은 재생의료 분야 제도를 선제적으로 마련하였으며, 일본은 2013년 재생의료법을 제정했다. 우리나라도 늦었지만 지난 2019년 8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법(첨생법)을 제정하고 2020년 8월부터 시행했다. 첨생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정식 의약품으로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야만 치료제를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희귀 난치질환 환자들이 일본 등으로 원정치료를 감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소비되고 있고 엄청난 외화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동아대병원은 2022년 3월 부산·경남지역 최초로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 지정을 받았다. 그후 2024년 ‘근치적 절제술을 시행한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표준치료와 자연살해세포를 병용하는 보조항암치료법에 대한 안전성 확인을 위한 임상연구’라는 주제로 첨단재생의료연구를 진행 중이다. 허석재 교수가 책임연구자다.

■CAR-T세포 치료센터 가동

면역세포를 이용한 항암치료는 환자의 면역체계를 활용하여 암세포를 공격하는 혁신적인 치료법이다. CAR-T세포 치료와 자연살해세포(NK 세포) 치료가 대표적이다.

CAR-T세포 치료는 혈액암 중에서 B세포 기원의 림프종, 급성림프구성백혈병, 다발성 골수종 등이 치료 대상이다. 표준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거나 재발한 환자 중에서 검사를 거쳐 치료 적합여부에 대한 판정을 내린다.

이 치료법은 소아 B세포 급성림프모구백혈병에서 가장 먼저 연구돼 환자 약 81%에서 검사상 암 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고됐다. 성인 광범위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에서는 50~70%가 치료 반응을, 40~50%가 완전 관해 반응을 나타내는 효과를 보였다.

일부 환자는 고열, 근육통, 저혈압과 호흡 부전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사이토카인 분비 증후군’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부작용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협진을 통해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5억 원에 달하는 비싼 비용 문제로 허가 및 급여 인정이 난항을 겪다가 전체 6종 가운데 노바티스사의 킴리아 1종만 식약처 승인을 받고 사용 중이다.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한 거대 B세포 림프종(3차 치료)과 B세포 급성림프구성백혈병에 한해 보험급여가 적용된다.

2025년 6월 현재 국내에서 CAR-T세포 치료가 가능한 기관은 11곳이다. 동아대병원은 지난해 7월 부산과 경남 최초로 식약처에 ‘인체세포 등 관리업 허가기관’으로 등록하고 CAR-T세포 치료센터(센터장 김성현 교수)를 설립했다.

또 혈액종양내과 이지현 교수의 주도로 CAR-T세포 치료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 대해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각 분과 간의 협업체계를 갖추었다. 현재까지 총 7명의 환자가 CAR-T세포 치료를 완료한 상태다.

동아대병원 첨단재생의료 총괄 책임자인 오성용 교수는 “이번 CAR-T세포 치료센터 개소로 난치성 혈액암 환자들이 더 이상 수도권으로 가지 않고도 첨단 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치료 환자 숫자와 대상이 점점 늘어나게 되면 앞으로 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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