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북 디자이너가 발견한 책의 도시들
새 책 <책의 계절>
북 디자이너 정지현이 7개국 13개 도시를 여행하고 쓴 책이다. 서점, 도서관, 북 페스티벌 등 세계 곳곳의 책을 찾아 10년 넘게 다니면서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장소 20곳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200여 컷의 사진도 함께 담았다. 400여 권의 단행본을 디자인한 전문가답게 감각적인 사진을 곳곳에 배치한 덕분에 <책의 계절>을 읽는 재미가 배가 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공 도서관은 전망이 가장 좋은 자리에 근사한 의자를 놓아둬 호텔 스카이라운지 부럽지 않다. 꼭 책을 읽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쉬고 생각하고 좋은 것을 보게 하는 것. 이곳이 도서관을 새롭게 정의하는 방식이다.
미국 뉴욕 프린티드 매터 아트북 서점은 화장실이 명물이다. 사람들이 붙여 놓은 각양각색의 스티커를 보며, 저자는 스티커를 붙이는 행위도 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티커(sticker)라는 단어에 ‘마음속에 영구히 남다’라는 비유적 의미가 있다는 점도 짚는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 서점은 1919년에 생긴 탱고 쇼 극장을 개조한 곳이다. 2000년부터 서점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12만여 권의 장서를 보유한 라틴아메리카 최대 규모 서점이 됐다. 철거하지 않고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한 무대와 붉은색 벨벳 커튼이 이색적인데, 이 무대는 현재 카페로 영업 중이라고 한다.
저자가 만난 책방지기들은 하나같이 다정하다. 폴란드 바르샤바의 코스모스 서점 사장은 그에게 마리 퀴리 책을 선물하고, 일본 사가 양학당 서점의 사장은 긴 세월 수집해 온 컬렉션을 아낌없이 공개하는 등 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이방인과 공유한다. 정지현 지음/버터북스/356쪽/2만 800원.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