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행정타운에 발목 잡힌 거제 경찰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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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소방 한 데 모으는 사업
10년 표류하자 대체지 마련
시장 바뀐 거제시 “입주해 달라”
토지 용도변경권 시장이 보유
막막한 경찰, 주민 여론에 읍소

행정타운 공사 중인 거제 옥포동 모습. 2016년 부지를 조성해 경찰서 등을 입주시키려 했지만 공정률이 57%에 불과하다. 거제시 제공 행정타운 공사 중인 거제 옥포동 모습. 2016년 부지를 조성해 경찰서 등을 입주시키려 했지만 공정률이 57%에 불과하다. 거제시 제공

경남 거제경찰서 청사 이전이 산 넘어 산이다. 지지부진한 행정타운 조성과 현 청사 주변 상권 반발에 막혀 하세월하다 겨우 대체지를 찾았는데, 거제시 딴죽에 다시 발목이 잡힐 판이다. 당장은 행정타운 완공 시점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라 어렵게 잡은 새 청사 마련 기회마저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거제시에 따르면 시는 민자 사업으로 추진해 온 행정타운 부지 조성 공사를 시 재정 사업으로 전환해 마무리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의뢰한 설계 용역 결과가 10월 중 나오면 중단된 공사를 재개해 2027년 상반기 내 완공한다는 목표다. 거제시 관계자는 “추가 공사비는 용역을 거쳐 정확히 산출되겠지만 부지 정지 공사와 기반 시설비용을 합치면 최소 2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행정타운은 각종 사건, 사고에 더 신속 대응할 수 있는 행정환경을 갖추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다. 옥포동 산 177의 3 일원에 공공시설 용지를 확보해 경찰서와 소방서를 입주시키는 게 핵심이다.

1986년 건립된 거제경찰서(왼쪽)와 1990년 건립된 거제소방서. 두 기관 모두 공공청사 신축 기준인 내구연한 30년을 훌쩍 넘겼다. 부산일보DB 1986년 건립된 거제경찰서(왼쪽)와 1990년 건립된 거제소방서. 두 기관 모두 공공청사 신축 기준인 내구연한 30년을 훌쩍 넘겼다. 부산일보DB

마침 두 기관 역시 새 청사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경찰서는 1986년, 소방서는 1990년 건립돼 공공청사 신축 기준인 내구연한 30년을 훌쩍 넘겼다. 비만 오면 빗물이 새고 지하에는 곰팡이가 필 정도로 낡은 데다, 늘어난 인원에 비해 업무 공간은 턱없이 부족해 컨테이너를 임시 사무실로 쓰고 있다. 특히 소방은 최신 구조·구급 장비조차 수용할 공간이 없어 도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거제시 제안을 수용해 행정타운에 새 청사를 건립해 입주하기로 했다. 현 청사와 맞바꾸는 방식이다. 이를 토대로 신축 이전에 필요한 정부 예산까지 모두 확보했다. 그런데 행정타운이 표류하면서 일이 꼬였다. 행정타운은 2016년 첫 삽을 떴지만, 공사 과정에 발생하는 골재를 팔아 공사비를 충당하는 난해한 사업 방식 탓에 10년 넘게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지금도 공정률 57%에서 멈춘 상태다.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경찰과 소방은 입주 포기를 선언하고 대체지를 찾아 나섰다. 양대 기관 중심의 행정타운을 고집하던 거제시도 민선 8기 출범 이후 “무작정 잡아 둘 순 없다”며 사실상 유치를 포기했다.

거제경찰서 신축부지선정위원회가 새 청사 입지로 낙점한 연초면 연사리 811번지 일원(붉은색) 1만 7851㎡와 연초면유치추진위원회가 거제소방서 부지로 제안한 연사리 812번지 일원(초록색) 9917㎡. 다음 지도 캡처 거제경찰서 신축부지선정위원회가 새 청사 입지로 낙점한 연초면 연사리 811번지 일원(붉은색) 1만 7851㎡와 연초면유치추진위원회가 거제소방서 부지로 제안한 연사리 812번지 일원(초록색) 9917㎡. 다음 지도 캡처

이 과정에 자체 신축부지선정위원회를 꾸린 경찰은 연초면 연사리 811번지 일대(연초고등학교 앞 농지 1만 7851㎡)를 신청사 건립 용지로 낙점했다. 그런데 지난 재선거를 통해 변광용 시장이 3년 만에 시정에 복귀하면서 도돌이표가 될 위기다. 최근 관내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행정타운 입주 의향을 물은 거제시는 경찰에 다시 손을 내밀었다.

반면 경찰은 ‘경찰청 지침상 준공이 불확실한 부지는 청사 건립 대상에 포함할 수 없는 데다, 행정타운은 조기 준공 가능성이 없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럼에도 마땅한 대안이 없는 거제시는 부지 공사가 끝나면 재차 입주를 제안하겠다는 입장이다.

거게경찰서는 지난달 24일 현 청사 소재지인 옥포동 주민과 지역 정치인을 초청해 새 청사 이전 추진과정 설명회를 열었다. 거제경찰서 제공 거게경찰서는 지난달 24일 현 청사 소재지인 옥포동 주민과 지역 정치인을 초청해 새 청사 이전 추진과정 설명회를 열었다. 거제경찰서 제공

경찰도 거제시 요청을 마냥 뭉갤 순 없는 처지다. 이전 최적지로 점찍은 연초면 부지는 농지다. 농지에 관공서를 건립하려면 도시계획변경을 통해 용도를 바꿔야 하는데, 결정권자가 거제시장이다. 거제시 협조가 없으면 연초 이전도 불가능한 셈이다. 소방도 마찬가지다. 특히 소방은 예산까지 지자체에 묶여 있어 거제시 지원 없이는 청사 이전이 아예 불가능한 처지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다급해진 경찰은 최근 옥포도 주민과 지역 정치인을 초청해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추진 경과와 이전 시급성을 상세히 설명하고 연초 신청사 건립에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김상호 서장은 “향후 치안수요, 장기도시계획 등을 고려해 이전 계획을 수립했다.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하고 한 뜻을 모아 빠른 시일 내에 이전 방향이 정해지기를 바란다”며 “옥포동 발전 방안은 주민과 행정, 정치권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거게경찰서는 지난 24일 현 청사 소재지인 옥포동 주민과 지역 정치인을 초청해 새 청사 이전 추진과정 설명회를 열었다. 거제경찰서 제공 거게경찰서는 지난 24일 현 청사 소재지인 옥포동 주민과 지역 정치인을 초청해 새 청사 이전 추진과정 설명회를 열었다. 거제경찰서 제공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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