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남의 영화세상] F1의 스피드와 브래드 피트라는 영화가 만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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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조셉 코신스키×브래드 피트
질주 시리즈 2탄 'F1 더 무비'
진부해 보이지만 빨려드는…

영화 'F1 더 무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F1 더 무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3년 전 여름, 빠른 속도로 하늘을 누비던 톰 크루즈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난다면 이 영화를 놓칠 수 없을 것이다. ‘탑건: 매버릭’이 하늘 위에서의 전투를 그린다면, ‘F1 더 무비’는 땅 위에서 가장 빠른 속도 전쟁을 선보이며 몰입도를 높인다. 조셉 코신스키가 만든 두 편의 영화는 유사한 부분이 많다. 빠른 속도를 중심에 두고 있고, 이야기 전개 방식도 그렇다. 아마도 ‘탑건: 매버릭’을 재미있게 본 관객이라면 ‘F1 더 무비’도 흥미롭게 보지 않을까 싶다.

영화는 1990년대 포뮬러원(F1)의 주목받는 유망주였지만 단 한 번의 사고로 모든 것을 잃고 만 비운의 드라이버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30여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소니는 미국 전역을 돌며 용병 드라이버로 활동하고 있다.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달리는 소니 앞에 한때 동료였던 ‘루벤’(하비에르 바르뎀)이 나타나 자신의 팀 드라이버가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F1 최하위 성적에 머물러 있는 APXGP팀은 이번 시즌 F1 대회에서 한 번이라도 승리하지 못하면 팀이 팔릴 위기에 처해 있다. 불안한 팀 분위기로 대다수 드라이버들이 꺼리는 팀이 되면서 노장 소니에게까지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F1에서 달리지 않았던 소니를 반기는 이는 없다. 특히 팀의 루키이자 파트너로 함께 달려야 할 20대 ‘조슈아 피어스’(댐슨 이드리스)는 소니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팀을 위기에 빠뜨린다.

영화는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과 성장, 최하위 팀이 위기를 어떻게 이겨내는가에 초점을 맞추며 진행되는 언더독 서사를 바탕으로 한다. 거기에 더해 소니와 루벤의 우정, 레이싱카 개발 기술감독 ‘케이트’와 ‘소니’의 사랑까지 예상가능하기에 진부해 보인다. 하지만 2시간 30분이라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전혀 지루하지 않다. 하물며 F1이라는 단어를 난생처음 들었어도 영화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

‘F1 더 무비’의 힘은 속도와 체험에서 나온다. 이제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보다는 집에서 영화를 보는 데 익숙한 시대다. 그런데 이 영화는 TV 화면이 아니라 대형 스크린에서 볼 때 재미가 극대화된다. 실버스톤에서 열리는 영국 그랑프리부터 일본 그랑프리의 스즈카 서킷 등 전 세계 F1 서킷의 현장을 그대로 옮겨오며 박진감 넘치는 현장을 재현한다. 배우들은 시속 300km의 속도를 전달하기 위해 진짜 레이싱을 즐기며, 차량과 서킷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고성능 카메라는 서킷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그로 인해 서킷에서의 속도 경쟁과 아슬아슬한 추월 장면에서는 주인공은 지지 않을 거라는 뻔한 공식에도 불구하고 흥분하게 만든다. 제작자로 나선 제리 브룩하이머의 말처럼 “마치 관객이 운전석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극장에서 영화를 봤을 때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이때 영화의 내용과 잘 맞아떨어지는 한스 치머의 영화음악도 한몫 거든다.

또한 영화는 레이싱 장면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동시에 소니와 조슈아가 처한 상황과 그들의 충돌 과정도 차근차근 풀어간다. 소니의 절실함과 조슈아의 불안함이 균형감 있게 담기기에 엔딩 장면에 이르면 원팀이 된 두 사람을 만난다. 완벽하지 않은 두 사람이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해 나가니 응원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럼에도 영화는 소니를 연기한 브래드 피트의 영화임을 부정할 수 없다. 고독하고 자유분방한 브래드 피트를 그대로 답습하는가 싶다가도 ‘F1 더 무비’가 영화적인 순간이 될 때는 여지없이 ‘브래드 피트’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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