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등재 10년’ 군함도, ‘강제 노동’ 설명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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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동원 표기 약속 안 지켜
“역사 외면·산업화만 부각” 비판
사도광산 등재 때도 갈등 반복

2022년 일본 나가사키현 하시마 인근 해상 유람선에서 바라본 군함도. 연합뉴스 2022년 일본 나가사키현 하시마 인근 해상 유람선에서 바라본 군함도. 연합뉴스

오는 5일이면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규슈 나가사키현 ‘군함도’ 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 정확히 10년이 된다.

나가사키시에서 배로 40분이면 닿는 하시마(端島)의 별칭인 군함도는 일본이 2015년 7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이하 ‘산업혁명유산’) 중 하나다.

일본 정부는 산업혁명유산을 등재할 당시 조선인 강제동원 설명과 관련된 조치를 이행하겠다고 공개 약속했지만, 아직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일본은 산업혁명유산 등재 이후 오히려 조선인 징용·위안부와 관련해 강제성이 없었다는 주장을 강화했으며, 세계유산에서 전체 역사를 외면하고 자국에 유리한 사실만 강조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 정부는 이들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지역에서 조선인 강제노동이 있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군함도를 포함해 야하타 제철소, 나가사키 조선소, 다카시마 탄광 등 7곳에서 일제강점기에 강제로 동원된 조선인 수만 명이 노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일본은 2015년 독일에서 개최된 세계유산위원회 막판까지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고, 일본은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라는 자문기구 권고를 충실히 반영할 것이라고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밝혔다.

일본은 이 약속을 발판 삼아 산업혁명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데 성공했지만, 등재 직후부터 태도를 바꿔 강제노동이 없었다는 억지 논리를 폈다.

일본 정부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 대표가 영어로 언급한 ‘노동을 강요당했다’(forced to work)를 자국에서 일본어로는 ‘일을 하게 됐다’로 표현했고, 각료들도 ‘노동을 강요당했다’는 영어 언급이 ‘강제노동’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이후에도 조선인 강제노동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은 채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는 이른바 ‘물타기’ 전략을 구사했다.

2017년 12월 유네스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는 ‘강제’(forced)라는 단어를 빼고 ‘지원’(support)이라는 용어를 넣어 강제성을 희석했다.

양국은 이후에도 세계유산위원회 등에서 일본 측 ‘약속’을 둘러싸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으나, 일본의 조치는 사실상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두 나라는 일제강점기 조선인이 강제로 노역한 또 다른 장소인 니가타현 ‘사도 광산’이 지난해 7월 세계유산에 등재될 때도 전체 역사 반영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일본은 사도 광산의 경우 산업혁명유산과 달리 등재 직후 광산 인근 건물에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 공간을 만들어 공개했지만, 전시물에서 ‘강제’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양국은 올해도 사도 광산 인근에서 추도식을 치를 예정이지만, 공동으로 순조롭게 행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지난달 30일 올해 사도광산 추도식이 당초 예정됐던 7∼8월에는 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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