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공원 속 콘서트홀, 바닷가 오페라하우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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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첫 클래식 전용 공연장 '활짝'
2027년 문 열 오페라하우스도 기대
100년 만에 환원된 시민공원·북항
문화예술 품은 새 랜드마크 '우뚝'
관객 편중·지역 단체와 상생 과제도

‘숲속 공연장’이라는 별칭을 가진 부산콘서트홀. 부산 첫 클래식 전용 공연장으로 지난 20일 개관했다.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내에 위치한 덕분에 창밖으로 푸른 나무와 잔디를 볼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인 곳이다. 지난 주말, 공연 중간 휴식 시간에 콘서트홀 바깥 풍경을 바라보다 문득 떠오른 장면이 있다. 잔디밭 위에서 바람을 쐬는 관객들의 여유로운 한때를 보고 있으니, 그동안 즐겨 찾던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야외에서 탁 트인 바다를 조망하던 관객들의 행복한 얼굴이 겹쳐졌다.

매년 봄 통영국제음악제가 열리는 기간이 되면, 클래식 애호가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그곳을 찾는다. 부산·경남 지역뿐 아니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구 팬들이 몰려들어 음악제 기간엔 숙소 구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올 3월 행사 땐 국내 클래식 팬들이 현재 가장 보고 싶어하는 연주자로 손꼽히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개막 공연 무대에 서게 되면서 그야말로 ‘피켓팅’(피가 튀는 전쟁 같은 티켓팅)이 벌어졌을 정도다.

이제는 부산도 그런 공연장과 음악 축제를 보유한 도시가 됐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클래식부산 정명훈 예술감독이 함께하는 부산콘서트홀 개막 페스티벌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게다가 2027년엔 바닷가 공연장인 부산오페라하우스도 부산항 북항에 문을 열 예정이다. 통영국제음악당처럼 바닷바람을 맞으며 좋은 공연을 기다리는 설렘을 부산에서도 곧 느낄 수 있게 된다.

부산의 랜드마크가 될 두 공연장의 장소성도 눈여겨봐야 한다. 콘서트홀이 위치한 부산시민공원은 일제강점기 서면 경마장, 광복 후 주한미군사령부(캠프 하야리아)를 거쳐 10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오페라하우스가 건설 중인 부산항 북항 역시 1876년 개항한 후 146년 만에 친수공간으로 재개발돼 시민에게 환원됐다. 이런 이야깃거리까지 더해진 두 공연장이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장밋빛 전망만 나오는 건 아니다. 부산콘서트홀이 개막 페스티벌을 화려하게 치러내기는 했지만, 개관 초기 화제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유명 연주자나 오케스트라 공연에만 관객이 몰리는 편중 현상은 공연예술계의 해묵은 과제다. 한 지역 음악계 관계자는 개막 페스티벌의 관객 층이 눈에 띄게 젊어진 것에 대해 놀라움을 표했는데, 이 역시 개관 효과에 따른 일시적 현상은 아닌지 염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고 SNS에 인증하기 좋아하는 젊은 층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들을 지속적으로 유인할 좋은 콘텐츠 기획이 필수적이다. 미래 관객 발굴 노력도 다각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지역 음악 단체와의 상생 노력도 필요하다. 지난 20일과 21일 개관 기념 공연 ‘하나를 위한 노래’를 관람한 관객 중 일부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공연을 부산시립합창단이 아닌 창원시립합창단이 맡은 데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개관 페스티벌을 마무리하는 지난 27일과 28일 콘서트 오페라 ‘피델리오’ 공연에 국립합창단과 부산시립합창단이 함께하긴 했다. 그러나 개막 공연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부산시립예술단의 적극적인 참여가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개막 페스티벌에 부산시립교향악단의 무대가 빠진 것 역시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일각에선 “의도적 배제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부산문화회관, 부산시민회관 같은 기존 노후 공연장 시설 개선도 남은 숙제다. 공연을 보는 관객 입장에서도, 무대에 서는 연주자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시설이 더 좋은 공연장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부산콘서트홀이 클래식 전용 홀의 특성을 가진 만큼, 부산문화회관과 시민회관은 다양한 장르의 공연으로 시민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는 차별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향후 시설 투자가 병행되지 않으면, 관객의 발길이 끊길 것이란 위기감마저 감돈다. 장기적으로는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하우스, 부산문화회관과 시민회관을 통합 운영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발전적 경쟁도 필요하지만, 효율적인 시설 운영을 위해선 좋은 프로그램을 선별해 각 공연장에 배정하는 방식의 통합 운영이 장기적으로 상승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란 목소리다.

부산콘서트홀과 오페라하우스가 지역의 랜드마크로 우뚝 서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공연장들도 제 역할을 다해 다채롭고 풍성한 문화예술이 숨쉬는 도시 부산이 되길 바란다. 이 같은 문화예술 자산은 국내외 관광객을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매력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산의 새로운 먹거리, 성장 동력이 될 수도 있다. 부산시의 치열한 고민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자영 문화부장 2young@busan.com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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