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 첫 상견례… 협치 시동 속 쟁점엔 입장차
국민의힘 “추경·상법 우려” vs 민주당 “충분히 논의할 것”
법사위원장 양보 요구엔 “지금은 속도가 중요” 선 그어
첫 회동 훈훈했지만 쟁점 현안엔 입장차 여전
여야 지도부가 첫 회동을 갖고 민생 협력의 뜻을 모았다. 양측은 협치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추경·상법 개정안·법사위원장 문제 등 쟁점 현안에선 입장차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7일 오후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를 차례로 만났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선출된 송 원내대표에게 축하난을 전달하며 인사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김 원내대표에게 “문제를 만들던 정치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한 뒤, 2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상법 개정안, 사법체계 개편 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예산이라면 국민의힘은 기꺼이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국가 재정이 권력의 지갑이 되면 안 된다. 정치적 목적의 추경은 분명히 견제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해치고 외국 투기자본의 개입을 넓히는 것이라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사법체계 개편 방안과 관련해선 “이런 법안을 국민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하면 그건 입법이 아니라 입법의 이름을 빌린 권력 장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협치할 자세와 준비가 되어 있다”며 “정책의 차이는 충분히 토론하되 민생 앞에서는 언제든 힘을 모으겠다. 앞으로 더 자주 만나고 진지하게 토론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사안에 대해선 “언중유골”이라며 “진지하게 토론하고 합의점을 찾고 협의하라고 정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송 원내대표는 법제사법위원장 양보 문제를 언급하며 여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22대 국회가 시작되고서 지난 수십 년간 이룩해놓은 국회의 오랜 아름다운 관행들이 굉장히 많이 무너졌다”며 “협치가 무너진 데에는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에도 잘못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수당으로서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을 배출함으로써 (여당이) 국회 입법권과 (대통령이) 거부권도 가지고 있다. 협치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법사위, 예결위 부분은 협의되면 좋지 않겠나”라며 “법사위원장 (양보) 부분을 좀 더 전향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지금은 속도도 중요하다. 경제가 흔들리고 민생은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정치는 늦으면 무책임이라는 비난을 받는다”며 사실상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이어 “여당으로서 민주당은 늘 행동하겠다. 국민이 체감할 해법부터 하나씩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김 원내대표와의 회동에 이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도 만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을 앞두고 사전 조율이 일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여야 지도부간의 첫 회동은 비교적 우호적으로 진행됐지만, 쟁점 법안에 대한 이견은 분명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짧은 허니문 후 본격적인 충돌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