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맞은 화장 문화… 자연장지가 뜬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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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 내년 3월 자연장지 개장
한림면에 2만 9527㎡ 규모 조성
수목장·잔디장, 1만 5000기 수용
뼛가루 뿌리는 산분장도 첫 도입
장례 문화로 자리매김 여부 관심


김해시는 내년 3월 운영을 목표로 주촌면 김해추모의공원 인근에 수목장과 잔디장, 산분장이 가능한 자연장지를 조성 중이다. 전체 시설은 나무 덱을 따라 연결된다. 이경민 기자 김해시는 내년 3월 운영을 목표로 주촌면 김해추모의공원 인근에 수목장과 잔디장, 산분장이 가능한 자연장지를 조성 중이다. 전체 시설은 나무 덱을 따라 연결된다. 이경민 기자

부산과 울산, 경남이 포화된 봉안 시설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수목장으로 대표되는 자연장은 대안으로 떠오른다.

경남 김해시가 내년부터 화장 후 고인을 흙으로 돌려보내는 공설 자연장 시설을 가동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장례 문화가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15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해시는 한림면 병동리 산106번지 일대에 공설자연장지를 조성하고 내년 3월부터 운영한다.

2만 9527㎡ 부지에 유골 1만 5000기를 안치할 수 있는 수목장과 잔디장을 위한 공간이 들어선다. 유골의 뼛가루를 뿌리는 산분장 자리도 마련된다.

김해시는 지난 2018년 4월 처음으로 공설자연장지의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지난달 말 기준 공정률은 65% 수준이다. 오는 12월 준공을 앞뒀다.

김해 공설 수목장림 예정지. 이경민 기자 김해 공설 수목장림 예정지. 이경민 기자

수목장림은 주촌면 김해추모의공원을 향해 오르는 도로를 따라 길게 형성된다. 수종은 2~3m 높이의 소나무가 대부분이고 주목과 편백, 동백나무도 심긴다.

수목장림의 가장 위쪽 평지에는 잔디장을 위한 잔디가 깔린다. 가장 아래쪽에는 산분장이 가능한 화단이 조성된다.

김해시 측은 “수목장은 나무 한 그루에 유골 8기를 묻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수목장과 잔디장은 직경과 높이를 각각 30cm 정도 크기로 땅을 파서 뼛가루와 흙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다. 작은 명패도 놓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골 1기당 30년 기준 이용 비용은 수목장 150만 원, 잔디장 30만 원, 산분장 5~10만 원 선이 될 전망이다.

일단은 잔디장이 비교적 저렴하고 공급이 적어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무연고자나 여러 세대를 지나 방치된 유골함 정리에는 산분장이 유용할 전망이다.

경남 함안군의 잔디장. 김해시 제공 경남 함안군의 잔디장. 김해시 제공

특히 이곳 산분장이 주목을 받는 건 국내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산분장은 지난 1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제도화됐다. 이전에는 법에 규정되지 않아 합법도, 불법도 아닌 상태에서 관행적으로 산분이 이뤄졌다.

그러나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고인의 뼛가루를 뿌리는 산분장은 먼바다와 육지 일부 장소에서 합법화됐다. 다만, 강에서는 여전히 산분장이 금지된다.

이처럼 수용 규모에 제한이 없고 자연 친화적이어서 정부는 지자체에 산분장 조성을 권하고 있다. 최근 이와 관련해 충북 청주시, 전북 무주군, 서울시가 국고 보조금을 신청을 마친 상태다.

김해시에서도 친환경 장례 문화에 관심을 보이는 시민이 늘면서 자연장지 조성 여론이 자연스럽게 부상했다.

지역 유일 장묘시설인 김해추모의공원이 2027년 만장 될 거라는 우려도 여기에 한몫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김해추모의공원 봉안당 잔여 수용 규모는 1·2봉안당 합쳐 3747기다. 전체 1만 6836중 78.9%인 1만 3342기가 안치된 상태다.

경북 경주시에 조성된 수목장림에 작은 명패가 놓여 있다. 김해시 제공 경북 경주시에 조성된 수목장림에 작은 명패가 놓여 있다. 김해시 제공

이에 앞서 김해시는 대전과 세종시, 울산시, 경북 경주시, 충남 보령군, 경남 밀양시·함안군 등에 있는 자연장지를 방문해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세종시와 울산시의 자연장지가 큰 평지 공원 형태로 쾌적하게 만들어졌다는 게 김해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해시 하병규 노인시설팀장은 “김해 장지의 경우 경사가 져 있긴 하지만 특색을 잘 살려 조성하겠다. 화장장을 갖춘 김해추모의공원과 인접해 이용도 편리할 것”이라며 “관련 조례와 규정, 위탁 기관 등이 정해져야 하고 의회 동의도 받아야 한다. 하나씩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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