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공·검정고시… 비주류 이재명 ‘굽은 손목’으로 대권 문 열어
이재명 걸어온 길
중학교 입학 포기 공장 노동자 생활
손목 굽고 후각 잃어 장애 등급 받아
중고교 검정고시 거쳐 법대 진학
인권변호사 길 걷다 정치권에 입문
사법 리스크 등 정치 역정 파란만장
변방의 벼룩이 소를 잡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2017년 첫 번째 대선 도전장을 내밀며 “변방의 벼룩이 소를 잡겠다”고 공언했다. 변방 경기 성남에서 최대 외곽 조직으로는 팬클럽 ‘손가락 혁명군’만을 두고 시작한 ‘언더독’ 정치였다. 정치적 부침이 잇따랐으나 위기마다 기사회생으로 살아나는 그를 두고 정치권에선 ‘천운이 따른다’고들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이 불러온 대권 가도에서 이 후보는 대체 불가능한 대선후보로 떠올랐고,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됐다.
‘비주류’는 이 후보를 설명하는 꼬리표다. 출신부터 정치 역정까지 그랬다. 이 후보의 어린 시절은 ‘소년공’으로 압축된다. 경북 안동의 한 산골 마을에서 9남매 다섯째로 태어나 가난으로 12살에 성남공단에서 소년공으로 일한 이 후보는 공장에서 일하며 손목이 굽고 후각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후보는 이후 중고교 검정고시와 대입 학력고사를 거쳐 중앙대 법학과에 진학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엔 인권변호사 길을 걸었다.
2004년 성남시립병원 설립 실패는 이 후보가 정치권에 입문한 계기가 됐다. 성남 지역 운동 경험을 밑거름 삼아 2010년부터 성남시장을 연임했다. 시장직에 오르자마자 ‘무상 산후조리원’, ‘무상 교복’ 등 무상 시리즈 정책으로 파격 행보라는 평을 들었던 이 후보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에 도전하며 정치적 변곡점을 맞이한다. ‘변방 장수’ 꼬리표가 이때 붙었다. 경선에서는 3위로 끝났지만 정치인 이재명 이름을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첫 대선 도전이었다.
2018년 이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핵심 실세인 전해철 전 의원을 당내 경선에서 꺾고 경기지사로 올라섰다. 16년 만의 진보 진영 경기지사였다. 명실상부한 대권주자로 체급을 올린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당내 친문 진영과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이후에도 봉합되지 않았다. 특히 ‘형수 욕설 논란’, ‘여배우 스캔들’ 의혹 등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로 알려진 사생활 논란은 이후에도 이 후보의 정치 고비마다 따라붙었다.
2021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낙연 전 총리를 누르고 두 번째 대권에 도전한 이 후보는 약한 당내 세력 기반 대신 대중성과 메시지로 승부했다. 이 후보 정책 브랜드인 ‘기본 시리즈’로 정책 선명성을 강조했다. 이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석패한 이 후보는 정치적 공백 없이 바로 중앙 정치에 복귀했다. 2022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원내 입성에 성공했고 같은 해 당대표가 됐다.
3년 후를 준비하던 이 후보의 대선 시계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촉박하게 돌아갔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됐고 정권 심판 여론은 커졌다. 윤 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던 이 후보의 대권 가도가 활짝 열렸다. 윤 전 대통령 파면 60일 만인 2025년 6월 3일,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