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판이한 여건, 과감한 세금 감면·대출 완화 필요 [부산 현안, 이번엔 반드시]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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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부동산 활성화

‘서울 불패, 지방 필패’ 고착화
대선후보 공약도 차별성 없어
투자자 유인 족집게 대책 절실
7월 대출 규제부터 차등 적용을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이번 대선을 통해 다주택자 중과세 감면, 대출 규제 완화 등 지방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 수영구 금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영구와 해운대구의 도심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이번 대선을 통해 다주택자 중과세 감면, 대출 규제 완화 등 지방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 수영구 금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영구와 해운대구의 도심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부산으로 대표되는 지방 광역시와 서울의 부동산 양극화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지방에는 미분양이 넘쳐 나는데 정부는 다주택자 중과세와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일관하며 서울 위주의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지방의 ‘돈’이 걷잡을 수 없이 수도권으로 빨려들어가는 실정이지만, 대선주자 부동산 공약에 지방 부동산 대책은 실종된 상태다.

■서울 불패, 지방 필패

19일 부산시에 따르면 ‘악성 미분양’으로 손꼽히는 부산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지난 3월 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이후 16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반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이 주도하는 서울의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방에는 불 꺼진 아파트들이 널렸는데, 투자자들은 서울만 바라본다. 실제 지난해 12월 106억 원에 거래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원베일리 아파트 전용 133㎡의 매수자는 부산에 거주하는 60대로 확인됐다. 10억 원짜리 집 열 채를 보유하는 것보다 100억 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사는 게 대출이나 세제 측면에서 훨씬 이득이기에 생겨난 투자 행태다. 이는 지방 자본의 수도권 유입을 부추기는 중요한 요소다.

지난해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해제 번복 사태 이후 강남 3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전년 대비 2.6배를 기록해 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풍선효과로 마포·용산·성동구의 인기 아파트들까지 들썩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울 불패, 지방 필패’의 인식은 더욱 공고해졌다.

대선을 기점으로 지방 부동산이 살아나는 모멘텀이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껏 나온 대선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은 ‘차별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기대 이하다. 특히 수도권 신도시 중심의 공급 확대 정책이나 서울 노후 도심 개발 장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이 주요 공약일 정도로 지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서울과 지방의 구분 없이 청년 주택 등을 수십만 호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평가다.

■수도권·지방 이원화 절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지방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영산대 서성수 부동산대학원장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갖고 있는 투자적 성격을 완전히 무시해서는 안 된다. 자금 여력이 있는 투자자들이 지방에 아파트를 사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지방 주택에 한해 다주택자들의 취등록세를 감면해 줄 필요가 있다. 그래도 효과가 없을 경우 한시적으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방 주택시장 안정과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부동산 정책은 더 과감해져야 한다. 부산의 한 건설사 임원은 “국토부가 LH의 지방 미분양 매입 등을 대책으로 내놨지만, 분양가의 60~70% 가격으로 단지를 팔 건설사가 얼마나 있겠느냐”며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다. 지방 건설사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나 지방 투자자들을 위한 대출 규제 완화 같은 과감한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새로 들어설 정부는 서울 집값 잡자고 지방까지 똑같은 규제에 묶는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된다. 당장 오는 7월부터 지금보다 한층 강력한 대출 규제인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가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이번 주 중 구체적인 시행안이 발표될 예정인데,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지방 차등 적용이 유력하다.

동아대 부동산학과 강정규 교수는 “투자자를 투기꾼으로 바라보는 정책으로는 지방 부동산 위기를 풀어나가기 힘들다”며 “DSR을 지방에 차등 적용하는 등 수도권과 지방을 이원화하는 금융, 세제 혜택을 과감하게 내놔야 부산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먹거리가 바닥난 지역 건설업계도 대선에 거는 기대가 크다. 대한건설협회 부산시회 김태하 사무처장은 “정부나 지자체가 공공 물량 조기 발주에 나서고 있다고는 하나, 전체 물량 자체가 워낙 부족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며 “과감하게 공공 발주 물량을 늘려주고 지역 업계 몫을 챙겨줘야 한다”고 전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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