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인사 줄줄이 이탈…이재명표 ‘빅텐트’ 탄생?
김상욱 입당…울산 정치지형도 변화
이재명 향하는 중도·보수 인사들
‘우클릭’ 결과물로… 영향력은 미지수
한때 보수 진영에 몸담았던 정치인들이 잇따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보수정당 출신 전직 의원들이 이 후보의 유세 현장에 합류하거나 현역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는 등 공개 지지를 선언하며 이 후보의 외연이 점차 넓어지는 양상이다. 중도 보수를 내세운 이 후보의 ‘우클릭’ 행보가 조용히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무소속 김상욱 의원은 18일 더불어민주당에 공식 입당했다. 지난 8일 국민의힘을 탈당한 지 열흘 만이다. 이로써 민주당은 의석수 171석을 확보하게 됐다. 김 의원의 합류로 울산 지역 정치 지형도 달라졌다. 국민의힘은 기존 4석에서 3석으로 줄었고, 민주당은 1석이 늘어 2석이 됐다. 진보당을 포함하면 6명의 국회의원 중 범진보 3명, 범보수 3명을 차지했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공개 지지한 김 의원은 다음 날 전북 익산 유세 현장에서 이 후보와 만나 유세에 함께 했다.
지난 17일에는 김용남 전 새누리당 의원이 개혁신당 탈당 직후 이 후보의 광주 유세 현장에 등장했다. 김 전 의원은 개혁신당에서 정책위의장을 맡은 인물이다. 그는 유세 차에 올라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명백히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고 김대중 대통령이 못다 이룬 꿈을 6월 3일부터 시작될 차기 정부에서 이룩할 사람”이라며 이 후보를 공개적으로 치켜세웠다.
이재명 캠프의 보수 인사 합류는 계속되는 모습이다. 선대위 출범에 맞춰 ‘보수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민주당 상임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고, 권오을·이인기 전 의원 등도 선대위에 이름을 올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 갈등을 빚고 탈당한 허은아 전 대표의 합류도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허 전 대표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후보의 중도보수 확장 시도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입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흐름을 보수 진영의 균열로 해석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탄핵 사태 이후 국민의힘 탈당 인사들이 민주당에 합류하는 현상을 보수 정치 질서를 벗어나려는 재편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7일 광주 유세에서 “국민의힘이 보수의 가치를 헌신짝처럼 팽개쳤기 때문에 합리적 보수 인사를 다시 담기 어렵다”며 “그 당 안에서 보수 입장을 지키려 했던 정치인들이 더는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중도·보수의 가치까지 감당해야 할 시점”이라며 “가능한 많은 분들과 대통합을 이뤄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보수 인사들의 민주당행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SNS에서 “그 사람들은 그저 바람 부는 대로 먼저 눕는 사람들”이라며 비판했고, 같은 날 서울 마포 홍대거리에서는 “이재명 후보에게 달라붙는 이들은 선거 결과에 베팅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항상 그렇게 옮겨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며 “예전에 2012년에도 박근혜 대통령 대선 당선 직전에 소위 동교동계 일부 인사라는 사람들이 박근혜 캠프로 넘어가는 일이 있었고, 앞으로 이런 일들을 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바꾸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이번에 합류한 인사들 상당수는 현역이 아니거나 지역 기반이 약한 인물들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외연 확장의 상징성은 있으나, 실질적인 지지층 이동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신중한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들의 합류를 제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도와 보수, 진보를 아우르는 대통합 정부 구상을 통해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민주당은 최근 유세마다 중도·보수 인사의 공개 합류를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모습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