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교통공사 '총체적 무능'이 싱크홀 사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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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측구 부실 알고도 보강 없이 공사
시 감사 실효성 의문… 확실한 대책 제시를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 사상구 등 유관기관이 지난 23일 부산 사상구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의 싱크홀 취약지점 합동점검에 나섰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 사상구 등 유관기관이 지난 23일 부산 사상구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의 싱크홀 취약지점 합동점검에 나섰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구간 현장의 상습 싱크홀 발생 원인으로 꼽히는 측구(도로 양옆 배수로) 부실을 행정기관이 10년 전부터 알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일보〉 취재에 따르면 부산교통공사와 사상구청은 사상~하단선 착공 직전인 2016년부터 측구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사상구청 안전도시과는 당시 사상~하단선 공사와 관련해 부산교통공사에 ‘기존 측구 확대, 집수정 추가 설치, 유수 방향 변경 등 침수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보냈다. 사상구청이 2015년 감전·주례동 일대에 대해 지반 상습 침수 원인을 파악하는 용역을 하면서 측구 보강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교통공사는 예산상의 이유로 측구 공사를 하지 않았다. 대신 ‘기획재정부 총사업비 관리 지침상 도시철도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공정 등의 추가 사업비 사용은 불가하다’는 답변을 보냈다. 부산교통공사는 ‘측구는 관할 지자체 소관이고 도시철도 공사 사업비를 측구 공사에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사상구청은 중복 공사를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 두 기관이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측구 공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도시철도 공사가 진행되며 연이은 땅꺼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2023년부터 올해까지 발생한 사상~하단선 구간 싱크홀 14건 중 6건의 원인이 측구 부실로 조사됐다. 상습 싱크홀은 안일한 행정이 누적돼 나타난 ‘예견된 인재’로 볼 수밖에 없다.

부산시는 싱크홀과 관련해 연일 대책을 내놓았지만, 사후약방문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부산시 감사위원회가 지난 22일 ‘사상~하단선 건설사업’ 특정 감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2공구 구간에 대한 것이었다. 이달 연이어 싱크홀이 발생한 1공구와는 450m 떨어져 있고, 6개월 전 현장 조사 결과여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총 14건의 싱크홀 중 1공구에서 12건이 발생했고, 2공구에서는 2건 발생에 그쳤기 때문이다. 시 감사 결과 부산교통공사가 시공사 공정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게 드러났다. 하지만 특정 구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싱크홀의 종합적인 원인 규명과 대책을 제시하지 못해 시민 불안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공사 중단 여론까지 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지자 시는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에 대한 특별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토목 관련 분야 전문인력을 보강한 특별조사반을 편성해 오는 28일부터 사상~하단선 땅꺼짐에 대한 원인 분석과 해결 방안 마련에 나선다고 한다. 또 1공구 감사도 한다고 하는데, 너무도 뒤늦은 감이 있다. 시와 부산교통공사의 안일한 행정과 총체적 무능에 대한 불신을 상쇄시킬 정도로 철저하고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번만큼은 확실한 대책을 신속하게 내놓아 사그라지지 않는 시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시민 안전, 생명과 직결된 문제 해결이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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