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의 금융포커스] 일상이 된 은행권 금융사고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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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부 차장

“또 터졌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금융사고는 이제 일상이 된 듯하다. 시중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국책은행까지 논란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다. 수십억 원 규모는 이제 놀랍지도 않다. 새로운 금융사고가 터질 때마다 사고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수법 역시 점점 치밀해진다.

최근 한 국책은행에서 발생한 882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건은 금융권 전체에 큰 충격을 안겼다. 과거에는 금융사고를 일부 개인의 일탈로 치부했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전·현직 임직원 수십 명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며 조직적 범죄의 양상을 띠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은 치밀했고, 은행은 이를 뒤늦게야 파악했다. 올해 초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 3곳을 검사한 결과도 간단치가 않다. 주요 은행들이긴 하지만 부당 대출 규모가 어마어마한데, 총 3875억 원 규모, 482건이나 적발됐다. 이쯤되면 금융사고는 이제 예외가 아닌 일상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행은 자금 중개와 신용 생산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국가 경제의 핵심 인프라다. 그만큼 은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중요하다. 그러나 연이어 발생하는 대형 금융사고가 그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대부분의 사고가 수년에 걸쳐 은밀하게 진행된 점은 은행이 사금고처럼 운영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 충분하다.

은행들 역시 감사를 강화하고 순환 인사와 명령 휴가 등을 통해 내부통제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해명한다. 한 시중은행은 은행장이 직접 영업점을 방문해 시재를 맞추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보여주기식 대응만으로는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이제는 단순한 인재(人災)로 치부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내부통제 시스템 고도화와 함께 결국 최고경영진의 책임 강화가 불가피하다. 경영진이 자신의 직을 걸고 내부통제에 나서지 않는다면 그 어떤 대책도 공허한 외침에 불과할 것이다. 감독당국 역할도 막중하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금융 환경에서 기존의 전통적 감사 방식은 한계가 명확하다. 실시간·선제적인 기술 기반 리스크 감시 체계 도입과 함께 은행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정밀한 점검과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

금융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 산업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그 여파는 단지 금융권에 그치지 않고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지금 국민은 은행과 금융당국이 어떤 변화를 선택할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이제는 실효성 있는 제도와 책임경영으로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할 때다.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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