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경선 중 ‘文 기소’에 민주당 일제 격앙… 오히려 내부 결속 강화?
이재명 등 대선 경선 후보들 “정치 보복” “검찰 해제해야”
당 차원, 개별 의원들도 “천인공노” “광기” 등 십자포화
이 후보 최근 문 정부 ‘차별화’ 기류 결속 계기 해석도
반면 국힘 대선 후보들과 지도부는 별 반응 안 해 ‘눈길’
24일 검찰의 문재인 전 대통령 뇌물 혐의 불구속 기소와 관련, 더불어민주당과 대선 경선 후보들이 “정치 보복”이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해체 수준의 검찰 개혁” 목소리도 다시 나왔다. 문 전 대통령 기소는 현재 진행 중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도 파장을 미치는 분위기다. 본선 진출이 확실시되는 이재명 후보가 중도·보수층 공략을 위해 원전·부동산 정책 등에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 의지를 보이고, 여기에 이 후보의 일방적 독주로 비명(비이재명)계가 ‘압살’되는 분위기 속에서 이번 기소로 검찰이 다시 ‘공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서는 “‘구대명’(90% 득표율의 이재명) 경선으로 이완된 내부를 결속할 계기”라는 말도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문 전 대통령 기소에 관해 입장문을 내고 “검찰에 의한 전 정부 탄압이자 정치 보복”이라며 “있는 죄는 덮고, 없는 죄를 만들어 권력을 남용하는 정치 검찰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후보도 페이스북에 “정치 검찰의 행태를 도저히 두 눈 뜨고 볼 수가 없다”며 “기소권만 남기고 수사 검찰, 정치 검찰은 완전 해체가 답”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동연 후보 역시 전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주 천인공노할 일이다. 파면된 내란 수괴는 항고조차 못 하는 검찰이 문 전 대통령에게는 광기의 칼을 들었다”며 역시 해체 수준의 검찰 개혁 필요성을 언급했다.
당 차원의 비판도 이어졌다. 박경미 대변인은 이날 서면 논평에서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의 폐해를 똑똑히 보여주는 억지 기소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어떻게든 전직 대통령을 모욕주고 민주당에 흠집을 내기 위한 정치 기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당 전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을 지키려 문 전 대통령을 제물 삼은 윤석열 정치검찰의 최후의 발악”이라고 맹비난했다.
개별 의원 차원의 비난 세례도 줄을 이었다. 친명(친이재명)계인 박주민 의원은 “진짜 뇌물을 받는 영상까지 있는 김건희는 건드리지도 못하면서, 꿰맞춘 억지 주장 만으로 문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며 “있는 죄는 건드리지도 못하면서 없는 죄를 만들어내는 검찰은 더 이상 존재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의원은 “윤석열 씨의 비극적 말로를 문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워 가려보려는 의도가 아니고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검찰의 행태”라며 “조기 대선을 앞두고 어떻게든 선거에 영향을 미쳐보려는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검찰의 날치기 기소”라고 질타했다.
문 전 대통령 스스로도 측근인 윤 의원을 통해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입장을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법의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라”며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검찰 비판을 ‘중죄를 가리려는 정치적 수사’라고 맞받았다. 다만 당 소속 대선 경선 후보들이나 지도부 차원에서는 별다른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세를 집중하는 상황에서 친문(친문재인)계로 전선을 넓혀서 득 될 게 없다는 셈법으로 해석된다.
박민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사조직처럼 부리며 이상직 전 의원과 공모해 전 사위에게 불법적인 특혜를 제공하게 했다”며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정치적 수사와 경거망동을 멈추고 다가올 법의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부동산 정책 실패로 청년들을 길거리에 내몰고 선심성 고용 정책으로 저질의 단기 일자리만 전전하게 만들었던 문 전 대통령이 정작 자신의 사위에게는 권력을 남용해 특혜를 제공했다면 그야말로 용서받지 못할 중죄”라면서 “성역 없는 수사로 권력 범죄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고 심판대에 올린 수사팀의 노력과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