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바이오 해커
박정현 인제의대 부산백병원 내과 교수, 동남권항노화의학회 회장
인류가 궁극적으로 정복해야 하는 세 가지 사업으로 생명 연장과 뇌 및 우주의 신비 등을 이야기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항노화와 생명 연장이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뇌와 우주의 신비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연구 인력들이 우선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인 기업들인 구글과 아마존, 테슬라 등에서 항노화와 수명연장을 위한 연구 사업에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아마도 이들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항노화와 수명 연장이 향후 엄청난 사업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예상하기 때문일 거다. 이런 대규모의 체계적인 과학적 연구들과는 별도로, 개별적으로 항노화와 생명 연장을 위한 노력과 시도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을 바이오 해커라고 부른다. 해커라는 이름이 가지는 부정적인 의미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억만장자인 브라이언 존슨(48)이라는 사람은 하루 24시간 항노화와 수명연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일 영양 보충제를 54알이나 먹고, 고압산소실에서 순수한 산소를 흡입한다. 일 년에도 몇 번씩 최상급 정밀 종합검진을 받고, 10대 아들의 혈장을 자신에게 주사하는 등의 기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의학적으로는 20대의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케일라 반스 렌츠(34)라는 젊은 여성 사업가는 고압산소와 적색광 치료를 매일 받고 있다고 하며, 방탄커피라는 것을 개발한 데이브 아스프리(52)라는 사람은 액화질소와 적외선 치료를 받고 줄기세포 주사를 맞는다고도 한다. 비록 이들의 몸은 조금 건강할지 몰라도 마음은 별로 건강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바이오 해커들 이외에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전 세계의 벤처 기업들이 다양한 항노화 치료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다. 이러한 바이오 해킹의 시장 규모는 2030년 기준 100조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바이오 해킹을 통해 시도되고 있는 방법들은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장단기적인 부작용들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되어 있지는 않은 것들이기 때문에 당장 보편화하기는 어렵다.
젊음과 활력을 계속 유지하고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근력(특히 하체의 근력)을 유지하고, 몸에 해로울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확실하게 피해야 하며, 정기적인 상세한 검진을 통해 질병들을 조기에 진단해서 치료해야 한다. 이 방법들을 통해서도 많은 사람들을 백세 이상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바이오 해커들이 추구하고 있는 방법들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것들이며, 이러한 것들이 앞서 기술한 원칙적인 방법들을 능가할 수는 없다.
바이오 해커들의 노력과 시도는 미래를 위해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다. 나도 매의 눈으로, 효과는 크고 부작용은 적은 새로운 항노화 치료 방법이 개발되는지 늘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