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푸드
정량부 전 동의대 총장
세상 많은 음식 중 3대 음식으로는 중국, 프랑스, 튀르키예의 것을 들고 있다. 중국은 땅 위에 다리 달린 책상과, 하늘과 바다의 비행기와 잠수함 빼고는 다 먹는다는 나라로, 그 중 청나라식 베이징 음식과, 맵고 짜고 기름진 쓰촨 음식, 그리고 서양에 많이 알려진 광동 음식이 유명하다.
프랑스는 넓은 국토에서 나는 풍부한 식재료를 기반으로, 미쉐린 등급을 매길 정도로 음식에 진정성이 있는 나라이고, 튀르키예는 세 대륙을 지배하던 오스만제국의 음식에다, 같은 음식을 금하는 황제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도 한다. 우리나라는 당초 이 세 나라의 음식이 평가받고 있을 때, 세계인의 안중에도 없었던 나라였지만, 국력의 신장과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미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 구내식당에는 한식을 맛보려는 이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하고, 뉴욕에서는 ‘한식당을 예약할 수 있다면 그것은 권력이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라 한다. 당연히 우리 음식의 우수성 때문이다.
우리나라 음식은 우선 식재료가 다양하다. 비록 국토는 그만하지만 식재료의 다양성에서는 최고의 경지가 아닌가 싶다. 삼면의 바다에서는, 각종 생선과 해산물이 나오고, 서남해안의 갯벌에서는 낙지와 조개류가 지천이고, 강이 흐르는 평야에는 다양한 곡식이 자라고, 높낮은 산에서는 버섯과 나물이 지천이다. 또 4계절에 따라 산물이 다르니 우리의 식재료는 다양할 수밖에 없다.
서해안의 갯벌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간만의 차이가 커야 생기는 갯벌은 해양생물의 보고이다. 우리의 갯벌은, 황하가 가져다준 선물로, 이곳의 검은 유기질 갯벌은 노르망디의 누런 사질 갯벌과 다르다. 다양한 해산물이 나는 이런 생태계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호남 음식의 특색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장류와 젓갈류 두 가지 발효식품을 다양하게 쓰는 나라로도 유명하다. 우리 음식의 모든 맛이 이 두 가지 발효식품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장, 된장, 막장, 고추장, 집장, 청국장 등 다양한 장류가 우리의 음식이 된 이유는 콩의 원산지가 우리나라였기 때문이다. 두만강(豆滿江)이란 이름이 이를 말해주는데, 만주(滿州)는 우리 조상들이 살던 땅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온돌은 콩의 발효를 돕는 장치 역할도 하였다. 지금 브라질 등에서 콩을 수입하는 1위 국가는 중국이지만, 주로 돼지 사료용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가, 해양생물 대부분을 젓갈로 만들어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명란젓, 창란젓, 어리굴젓, 꼴두기젓, 새우젓 등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새우젓은 잡히는 달에 따라 그 이름도 다르다. 리아스식 서남해안의 영양 염류 속에 자라는 어패류 환경이 좋은 탓이다.
이들 발효식품에는 천일염이 쓰이는데, 세계에서 유명한 천일염은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으로 알려져 있지만, 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 천일염의 성분이 더 좋다고 한다. 서남해안의 우수한 생태환경이 만들어 낸 우리의 천일염이 그동안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이런 천일염도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 한두 해씩 숙성해 사용하고 있으니 그 음식의 묵은 맛이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밥상 위 반찬이 수십 가지이고, 리필을 해도 무료인 우리나라 손님 접대의 철학도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생수는 물론, 다양한 차와 후식까지도 무료인 우리의 음식에 대한 인문철학적 수준도 그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초인종으로 종업원을 콜하고, 수저와 휴지가 식탁 아래 항상 준비되어 있고, 음식용 가위의 편리함에 세계인이 놀라고 있다. 관습의 처음은 항상 새로운 것이었다. 새로움을 개척해 나가는 K-푸드의 번창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