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민주 책임" '계엄' 두고 헐뜯은 국힘 후보들
주말 국민의힘 1차 경선 토론회
계엄·탄핵 두고 후보들 정면충돌
"계엄은 불법" "민주당에 계엄 책임"
정책보단 신경전…찬탄·반탄 구도만 부각
이재명 공약 종이 찢고 대항마 자처도
국민의힘 6·3 대선 경선 후보들이 주말 이틀간 열린 1차 경선 토론회에서 날 선 공방전을 펼쳤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따라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탄핵과 12·3 비상계엄이 집중 거론됐다. 후보들이 대통령 탄핵과 비상계엄 책임을 두고 맞붙으면서 찬탄(탄핵 찬성)파 반탄(탄핵 반대)파 주자 간 대립 구도만 부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오후 서울 강서구 아싸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B조(나경원·이철우·한동훈·홍준표 후보)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12·3 비상계엄과 탄핵을 두고 선명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나경원 후보와 이철우·홍준표 후보 모두 반탄파로 분류되는 만큼, 계엄과 탄핵을 두고 한동훈 후보와 ‘다대일’ 설전을 벌였다.
찬탄파인 한동훈 후보는 우선 “비상계엄은 불법이라고 봤고, 그래서 앞장서서 막았다”며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한 것이라 하더라도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계엄은 반대하지만 경미한 과오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는 계엄 옹호”라고 강조했다.
“2시간짜리 계엄”, “계엄에 따른 직접 피해가 없었다”는 반탄파 주자들의 입장을 받아친 것이다. 이에 반탄파로 분류되는 홍준표 후보는 “계엄에 따른 실질적으로 피해가 없었다. 2시간의 해프닝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게 아니라고 밝히며 “자진 하야하라는 말씀을 그래서 드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탄파인 나경원 후보는 한 후보를 직격했다. 그는 “한 후보가 사실 내란 몰이 탄핵을 선동하는데 가장 앞장서 왔다. 굉장히 안타깝다”면서 “한 후보가 내란 몰이 탄핵을 선동한 것 때문에 결국 이 지경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철우 후보는 한 후보의 출마 자체를 문제 삼았다. 이 후보는 “한 후보가 우리 당 후보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대통령이 무슨 내란이냐”라고 강조했다.
홍 후보와 한 후보는 유치한(?)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홍 후보는 한 후보에게 ‘한 청년 네티즌이 물어보라고 했다’며 “키도 크신데 뭐 하려고 키높이 구두를 신는거냐”고 물었다. 이에 한 후보는 웃으며 “(질문을 요청한 네티즌이) 청년이 아니신 것 같다”고 받아쳤다. 이어 홍 후보는 “생 머리냐, 보정속옷을 입었냐는 질문도 있는데 이건 유치해서 하지 않겠다”고 하자 한 후보는 “유치하시다”고 꼬집었다.
전날 진행된 A조(김문수·안철수·양향자·유정복 후보)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도 계엄과 탄핵이 거론됐다. 찬탄파인 안철수 후보는 반탄파 김문수 후보를 집중 겨냥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다. 탄핵 이후 국무위원으로서 사과했나”라고 포문을 열었다. ‘사과한 적 없다’는 김 후보 답변에 안 후보는 “우리가 반성과 사과가 없으면 대선 필패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우리를 계엄 옹호당이라 하는 것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김 후보는 계엄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오히려 ‘대통령이 왜 계엄했나’를 본다. 민주당의 30번에 걸친 줄탄핵 (때문)”이라며 “비상계엄을 옹호한 적이 없다. 다만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정에 대해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후보들은 저마다 ‘이재명 대항마’를 자처하면서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양향자 후보는 A조 토론회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AI 공약이 적힌 종이를 꺼낸 뒤 “빈 깡통”이라고 비판하며 종이를 찢었다. 김 후보도 “거짓말은 찢어버리는 것이 답”이라며 이에 호응했다. 유정복 후보는 “이 후보를 확실히 제압할 사람이 후보가 돼야 한다”며 “그가 갖지 못한 놀라운 성과와 업적이 나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