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준 부산시교육감 인터뷰 “부산전자공고 꼭 반도체 마이스터고 지정”
지역 산업 필수, 올해 10월 발표
늘봄학교 등 대대적 개편 필요
교육복지 공약도 신속하게 추진
“부산전자공업고등학교가 올해 교육부로부터 반도체 마이스터고로 선정될 수 있도록 부산시교육청이 앞장서겠습니다. 반도체 분야의 유능한 인재를 지역에서 직접 길러내고, 기업과 학교가 함께 성장하는 산업-교육 연계 모델을 구축하겠습니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지난 15일 〈부산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부산 동래구에 있는 부산전자공고를 교육부 지정 반도체 마이스터고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김 교육감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부산시교육감을 지낸 뒤, 지난 4·2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3년 만에 교육청 수장으로 복귀했다.
김 교육감은 2019년 부산산업과학고를 소프트웨어(SW) 마이스터고 전환에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반도체 마이스터고 유치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앞서 시교육청은 지난해 반도체 마이스터고 유치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김 교육감은 “지난해는 전담 팀이 기관장 중심으로 꾸려졌고, 현장 준비도 치밀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이번에는 역량이 검증된 실무진을 적극 지원해, 기업이 믿고 인재 양성을 맡길 수 있는 수준 높은 마이스터고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마이스터고는 산업 수요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특수 목적 고등학교다. 교육부는 올해 10월 신규 마이스터고 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마이스터고로 지정되면 교육부·시교육청 등 지원을 받아 마이스터고로 전환되며, 이르면 2027학년에 개교한다.
전임 교육감이 역점 추진한 ‘늘봄학교‘와 ‘아침체인지’ 사업은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게 김 교육감의 입장이다. 김 교육감은 “형식적 운영은 과감히 정비하고, 실제 수요와 여건이 맞는 곳만 선별적으로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들 사업이 일부 성과는 있었지만, 제대로 된 시설과 준비 없이 전면 시행을 서두르면서 학교 현장에서 외면받고 있다”면서 “교육청 내부 검토와 교원단체 의견을 종합한 결과, 폐지 또는 축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육감은 오는 6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입학준비금 지원 등 교육 복지 공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방침이다. 김 교육감은 “올해 추경으로 1225억 원의 교부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불필요한 사업들을 조정하여 사립유치원 지원, 난치병 학생 돌봄, 교통비 지원 등 공약을 추진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재선거로 당선된 김 교육감의 임기는 내년 6월 30일까지로, 남은 시간은 1년 2개월에 불과하다.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6월 추경 확보가 사실상 필수다. 그러나 추경안을 심의·의결하는 부산시의회는 국민의힘이 주도하고 있어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에 김 교육감은 “과거 첫 임기 때도 상황은 비슷했지만,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을 설득해 냈다”며 “이미 타시도에서 시행 중인 정책들도 있는 만큼, 필요성을 잘 설명하면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안팎에서는 김 교육감의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이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1년 2개월간 시민이 맡긴 정상화 임무부터 해내겠다. 그 뒤는 시민의 평가를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당선 직후 출마를 공식화하기보다는, 교육 현안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며 전문가적 면모를 부각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도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 교육감은 민주시민 교육에도 꾸준히 힘을 실을 계획이다. 지난 16일 그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2년 만에 공식 추모 행사를 재개했다. 각급 학교에 추모 묵념을 권고했고, 일부 학교에선 관련 특별 수업도 진행됐다. 김 교육감은 “학생 안전을 되새기는 건 교육청의 기본 의무”라며 “정치적 논쟁과 무관하게, 기억과 성찰의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