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경선, '그들만의 리그' 전락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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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3파전 경선, 반전 요소 없어
'이재명 추대식' 기울어진 운동장 지적
국민의힘도 중도 주자 이탈로 흥행 실패
양당 경선보단 한덕수 출마, 이준석 연대에 관심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의 6·3 대선 당내 경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에선 중도성향 대권 주자들의 이탈로 반탄(탄핵 반대) 주자가 군집한 상태고, 더불어민주당도 주자들의 경선 참여 저조로 ‘이재명 원맨쇼’가 펼쳐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양당 경선에 흥행 요소는 물론 관전 포인트마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경선은 3파전으로 치러진다. 이재명 전 대표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동연 경기지사 간 경쟁이다. 친명(친이재명) 체제의 민주당 지도부를 기반으로 당을 쥐고 있는 이 전 대표와 원외 비명(비이재명)주자의 대결인 셈이다. 전형적인 ‘1강 2약’ 구도로, 당 안팎에서는 경선 시작도 전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아 비명계 대권 주자들은 더욱 힘겨운 경선에 직면한 상황이다. 앞서 민주당 경선 불참을 선언한 김두관 전 의원 측은 “민주당 경선 룰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이 ‘이재명 추대식’이 될 것이란 비명계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전날 민주당은 대선 경선 방식을 ‘권리당원 투표 50%, 국민여론조사 50%’로 확정했다. 민주당 박찬대 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번에 마련된 대선특별당규 개정안은 당원 민주주의라는 큰 토대 위에 국민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경선을 치르는 것이 골자”라며 “민주당의 자랑스러운 후보를 만들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권리당원 대다수는 이 전 대표의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만큼, 이 전 대표 1강 체제가 더욱 굳혀지는 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의 이같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 행보는 민주당 경선 흥행 참패를 보다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내 1당임에도 경선 참여자가 적어 경선 흥행은 일찌감치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을 장악한 이 전 대표를 위한 경선 룰까지 확정된 마당에 이번 경선에 어떤 반전과 감동이 있겠냐”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축구 경기를 관심 갖고 지켜볼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흥행 요소과 관전 포인트 없는 경선은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중도성향 대권 주자들의 이탈로 중도층의 관심도가 크게 떨어진 데다, 친윤(친윤석열) 반탄파가 대거 뛰어들면서 ‘시청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참신성이 부족한 경선이 펼쳐지는 셈이다.

국민의힘 경선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양향자 전 의원, 이철우 경북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 등이 참여한다. 우선 중도 확장성이 강점으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의 이른 이탈로 경선 시작도 전에 흥행 요소가 누락됐다. 대신 반탄파가 대거 참여하면서 대권 주자 간 ‘찬탄(탄핵 찬성)이냐 반탄이냐’ 등 피로감 높은 주제로 신경전만 이어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오는 22일 1차 경선을 통해 2차 경선 진출자를 4인으로 압축한다. 우선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 홍 전 시장의 진출이 유력하다는 게 정치권 전망이다. 남은 한 자리를 두고 나 의원과 안 의원의 경쟁 구도가 예상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속 당내 스피커를 자처해 온 인사들이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경선 토론회에서 ‘MBTI 자기소개’, ‘밸런스 게임’ 등 예능적 요소를 담았지만, 경선 관심도는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덕수 대망론’이 들끓는 배경엔 주목받지 못하는 국민의힘 경선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등판이 경선 컨벤션 효과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경선보다는 향후 후보 선출 이후 한 대행과의 단일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의 연대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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