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오면 새집 드려요" 작은 학교 살리려 마을이 나섰다
전교생 25명 폐교 위기 삼산초등
고성군과 주민 모여 공모사업 도전
전학생 가족용 주택 10세대 마련
부산과 수도권 등에서 신청 이어져
총 10세대 전입 전학생 13명 확보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한 초등학교를 위해 온 마을이 나섰다.
‘학교가 살아야 마을도 산다’는 간절함에 행정과 교육기관 그리고 마을이 뭉쳐 지역에 새 둥지를 트는 가족에게 집과 일자리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전학생 가족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유도해 학교는 물론 마을까지 지킨다는 전략인데, ‘지역 소멸 대응’의 새로운 해법이 될지 주목된다.
15일 고성군에 따르면 최근 삼산면 LH 공공임대주택 ‘삼산아이토피아’의 입주식이 열렸다. 삼산아이토피아는 삼산초등학교 살리기 프로젝트 마중물이다.
삼산초등학교는 1931년 문을 연 공립학교다. 올해까지 졸업생 3466명(91회)을 배출했다.
고성읍과 가까워 귀농·귀촌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청장년 인구가 줄면서 재학생도 급감했다. 3월 기준 총 학생 수는 25명에 불과하다.
병설유치원 5명을 합쳐도 교육청 작은 학교 분류 기준인 60명의 절반 수준이다. 이대로는 통폐합에 따른 폐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마을 학교가 위기에 봉착하자 지역사회가 팔을 걷어붙였다.
학교는 단순 교육 시설이 아닌, 출생·인구·경제·마을공동체 형성과 유지에 꼭 필요한 공간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학교가 없어진다는 건 곧 마을과 지역이 사라지는 것이란 위기감도 한몫했다.
고성군과 삼산면 주민은 공동으로 경남도교육청 주관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 공모에 도전, 사업비 34억 4600만 원을 확보했다. 교육청과 도, 군이 각각 5억 원을 부담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9억 4600만 원을 보태는 조건이다.
공모 사업의 핵심은 전학생과 학부모 유입과 정착을 유도할 교육환경 조성과 의식주 해결이다.
삼산아이토피아는 삼산초등 전·입학생 가정을 위한 새 보금자리다. 84㎡(25.5평형) 규모 다자녀주택 8호와 49㎡(15평형) 규모 일반주택 2호 구성에 커뮤니티센터도 갖췄다.
25.5평형은 보증금 1238만 원에 월 임대료 25만 7000원, 15평형은 보증금 864만 원에 임대료 10만 원이다. 입주자가 원하면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완공 후 고성군 외 거주자를 대상으로 입주자를 모집했는데 전국적인 입소문을 타면서 문의가 잇따랐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에 집과 일자리까지 제공하는 파격적인 혜택 덕분이다.
2명 이상 미성년 자녀(태아 포함)를 양육하는 무주택가구, 월 소득이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이고 국민임대자산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에도 총 17세대가 입주를 신청했다.
인접한 사천군과 거창군을 비롯해 부산시과 전북도, 경기도 안산·용인 등 수도권에서도 줄을 섰다.
고성군은 이 중 세대원 수 등을 기준으로 10세대를 선정, 입주 계약을 마쳤다. 총전입 인원은 44명이다. 이중 13명이 삼산초등을 다닐 초등학생이다. 이번 사업으로 기존 재학생의 절반이 새로 충원된 셈이다. 2~4년 내 입학할 미취학아동도 8명이나 된다.
자녀 2명과 함께 이주를 결심한 한 입주민은 “아이들이 접하는 환경을 고려하면 삭막한 도심 학교보다 자연과 가깝도 더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농촌 작은 학교가 더 낫다고 생각했다. 교과 과정도 (도심에 비해) 전혀 부족함이 없다고 느꼈다”면서 “집과 일자리 걱정도 덜 수 있다는 점도 큰 메리트였다”고 전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삼산초등학교가 통폐합의 위기를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다. 공모사업의 예산도 대부분 투입된 상황이어서 세대 추가 역시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신 고성군은 이번 사업의 성공을 계기로 이 일대 정주 여건 개선에 집중할 방침이다. 도심에 비해 부족한 생활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학부모의 지역 기업체 취업도 주선하며 본격적인 귀촌 인구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삼산초등학교와 교육청 역시 작은 학교 장점을 살려 도심에서는 체험하기 횜든 놀이 교실과 도예·다도, 학생·학부모 밴드 활동 등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신설한다.
여기에 방과 후 교육을 강화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연중·저녁돌봄교실, 병설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연계 진학도 지원한다. 계획대로라면 새로운 마을공동체를 구축하고 무너져 가는 공교육 환경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게 고성군의 판단이다.
이상근 고성군수는 “작은학교 살리기는 단순 주거 공간 제공을 넘어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지역 교육 발전을 도모하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라며 “학교가 폐교 위기를 온전히 벗어날 수 있도록 학부모와 아이들이 진정으로 오고 싶어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더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