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토큰증권 법제화는 ‘시계 제로’
조기 대선 국면에 STO 제도권 불투명
증권사, 관련 사업 부서 규모 축소 중
해외로 눈길 돌리는 업계 “손해 막심”
블록체인 업계 숙원인 토큰 증권 발행(STO) 법제화가 다시 안갯속으로 갇혔다. 탄핵 정국 속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자, STO 제도화는 우선순위에서 밀려 더욱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TO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만 해도 업계에선 올해 상반기 중 STO 법제화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이번 22대 국회 출범 이후 여야 이견 없이 STO 법안을 내놓으면서 기대감을 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STO 법안은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관련 법안은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과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전자증권법 개정안’ 등이다. 2023년 처음 발의된 STO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의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시작된 탄핵 정국으로 인해 STO 법제화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됐다. 특히 이날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 국면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STO 제도권 진입은 더욱 오리무중이다. 결국 법안 논의는 빨라도 올해 하반기부터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국대 황석진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STO 법안은 조기 대선에서 공통 공약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의 조직개편으로 인해 속도를 내도 법안 통과는 올해 하반기나 또는 연내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STO 법제화가 기약 없이 지체되자, 일부 증권사는 관련 사업 부서의 규모를 줄이고 있다. 이는 인력과 인프라 등 유지 비용을 감축하기 위함이다. KB증권은 STO 사업 부서를 디지털 관련 업무 부서 산하로 옮기며 소속 직원들이 다른 업무를 병행하도록 진행했다. 삼성증권도 STO 관련 태스크포스(TF)를 팀 조직으로 축소했다.
STO 업계는 국내에서 사업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해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운영사인 펀블은 올해 두바이에 현지 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STO 기반 디지털자산 운용 플랫폼 피스 운영사 바이셀스탠다드와 열매컴피니 운영사 아트앤가이드는 일본과 싱가포르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이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지난 총선 당시 STO 법제화는 여야가 공통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탄핵 정국으로 인해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됐다”며 “결국 이번 조기 대선으로 STO 제도권 진입이 더욱 멀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연내 법제화가 안 된다면 STO 사업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될뿐더러, 기업들은 막대한 손해를 감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